지난해 54개 생손보사 순익 7.2조원…1년새 7.4%↓
보험영업은 적자 확대, 손실액 3조4699억원 늘어
수입보험료 줄고 계약해지 증가…실적악화 우려

▲ 국내 보험회사의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이 7% 가량 줄어든 가운데 만성적자에 빠진 보험영업에서 손실폭이 대폭 확대되는 등 본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보험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지난해 보험사 전체 순이익이 7% 가량 쪼드라든 데다 본업인 보험영업에서는 만년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손실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속되는 경기불황 여파에 신규 보험가입자는 갈수록 줄고 중도해약하는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보험사 영업의 근간이자 전통적인 수입원인 보험영업이익 늘리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4개 생명·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조274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800억원(7.4%) 줄어든 실적이다.

손보사들의 순익이 3조2373억원으로 1년 새 719억원(17.8%) 가량 감소했다. 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영업손실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보험료 인하 여파와 폭염 등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영업손실 규모는 1조7223억원에서 3조1090억원으로 1조3867억원(80.5%) 확대됐다.

생보사들의 순익은 4조369억원으로 1219억원(3.1%) 늘었다. 다만 이 역시 영업실적보다는 일회성 요인 덕분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처분이익(1조958억원)이 발생해 보험영업손실이 21조4935억원에서 23조5767억원으로 2조832억원(9.7%) 늘어난 것을 상쇄한 것이다.

보험사들의 영업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201조7835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1억원(0.3%) 감소했다. 특히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가 110조7435억원으로 3조2300억원(2.8%) 줄었다.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가 5조2422억원(13.5%) 급감한 결과다.

손보업계의 수입보험료는 91조400억원으로 2조749억원(3.1%) 늘었다. 자동차보험이 1371억원 줄었지만, 장기보험(1조4924억원)·일반보험(5649억원)이 늘었다.

문제는 올해에도 보험영업에서 실적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22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규제 강화로 저축성보험 축소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새 회계기준에 따른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선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

업계에선 IFRS17 도입으로 대형사보다는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사가 입는 타격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사들이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고마진 판매정책을 펼쳐온 것과 달리, 단기간 내 외형성장이 가능한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온 중소형사들의 타격이 훨씬 클 수 있다. 

경기불황 여파에 중도에 보험을 깨는 가입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월간보험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생보사의 해지환급금은 28조1831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1557억원(10.0%) 늘었고, 1년 전에 비해선 3조5443억원(17.6%) 증가했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장기만기환급금은 974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06억원(11.3%) 확대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배당이나 채권 등 자산처분을 통해 발생한 투자영업이익으로 보험영업의 손실을 만회하는 상황이 지속돼왔다"며 "올해에도 핵심 영업기반인 보험영업의 적자 확대로 전체 실적이 내리막을 걸을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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