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2부제 도입, 화력발전 가동 전면 중단, 탈원전 정책 궤도 수정 등도 검토 필요

3월초 1주일 이상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역습했다. 삼천리금수강산과 7000만 겨레가 암흑천지에 빠져 ‘미증유의 생체실험’을 당했다. 7일 오후부터 조금 나아졌지만 언제 또 역습할지 알 수 없다. 숨조차 쉴 수 없는 공포, 가공할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후의 역습(climate penalty)’인가, ‘하늘의 징벌’인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하고 “현재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 화력발전소는 조기에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여야도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태에 포함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민주당과 정부는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총력 대응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바람 비 기압에 변화가 없는 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바람과 비, 그리고 기압을 인간들이 무슨 재주로 조종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이 자연을 개발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미세먼지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먼지(death dust)’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천지(天地)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만물(萬物)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실로 들어났듯이, 한반도의 미세먼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에서 생산된 치명적인 오염물질의 유입이다. 둘째, 한반도에 대기정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국외(중국) 초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대기 정체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고농도 현상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중국발 오염물질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질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된다. 중국대사만으로는 부족하다. 당대 최고의 중국통 외교관을 ‘동북아 특사’로 발탁해 지속적인 전방위 대중외교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국내에선 미세먼지 저감과 대기정체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차량2부제 도입, 화력발전 가동 전면 중단, 탈원전 정책 궤도 수정 등도 검토해야 한다. 정책이란 유연성을 가져야 진정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를수록 효과가 크다.

그리고 대기정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올해 1월과 2월의 풍속은 5년 중 최저, 세정에 영향을 주는 강수일수 역시 5년 중 가장 적었다고 한다. 따라서 왜 큰 바람이 불지 않고 큰 비가 내리지 않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왜 기압의 변화가 없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아마 이번 3월에는 풍속과 강수일수가 더 낮을 것이다. 고대의 천문학(天文學)을 동원해서라도 바람 비 기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약 조선시대에 오늘날과 같은 미세먼지 사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마스크도 공기청정기도 없던 그 시절에 산하(山河)가 회색빛으로 물들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당장 민심이 흉흉했을 것이고, 조정에선 연일 대책회의가 열렸을 것이다. 이른바 천문재이(天文災異) 분야에 밝은 사람들이 모두 소집돼 바람과 비에 대한 묘책 마련에 골몰했을 것이다. 기우제(祈雨祭)도 지냈을 것이다. 그리고 봉황을 생각했을 터.

고대인들은 봉황(鳳凰)이 날아야만 바람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대 갑골문에서 보면 바람과 봉황의 자형(字形)은 같다. 단지 바람 풍(風)자는 봉황 봉(鳳)자에다 의미부호인 무릇 범(凡)자과 비슷한 것을 붙여서 ‘봉’과 ‘풍’을 구분했다. 따라서 봉황이 없거나 날지 않으면 바람이 일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고대 동양 문화권에서 봉황을 매우 신성시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이라고 한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봉의 앞부분은 기러기, 뒤는 기린, 뱀의 목, 물고기의 꼬리, 황새의 이마, 원앙새의 깃, 용의 무늬, 호랑이의 등, 제비의 턱, 닭의 부리를 가졌으며 오색(五色)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모양의 새는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상상의 새다.

당나라 사상가 한유(韓愈)는 ‘송하견서(送何堅序’에서 “오문조유봉자 항출어유도지국(吾聞鳥有鳳者, 恒出於有道之國·내가 듣기로 새 중에 봉이라는 것이 있는데, 항상 도가 있는 나라에 나타난다)”고 했다. ‘도가 있는 나라’, 즉 성군(聖君)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나라에 봉황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봉황은 성군(聖君)의 상징이 됐다. 조선시대에도 봉황은 용과 함께 왕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창덕궁 인정전의 천장 등에 봉황이 그려져 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의 상징은 봉황이다. 청와대는 봉황 두 마리가 마주 서 있고 가운데 무궁화가 그려져 있는 표장을 대통령기와 여러 곳의 대통령 휘장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 대통령 봉황 표장은 1967년 1월31일 ‘대통령 표장에 관한 공고 제7호’가 제정되면서 공식 문양으로 사용돼 왔다.

바람이 불지 않고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봉황이 날지 않아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징은 상징일 뿐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다. 봄이 왔건만 왜 바람이 크게 불지 않고 비가 오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깊고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천문재이학(天文災異學)’의 차원에서 사색과 명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 봉황은 날지 않고 있는가?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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