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등으로 시장 다변화해야…남들이 못 만드는 품목 개발 절실

수출이 석 달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이래 올해 1월과 2월 수출도 각각 -5.8%, -11.1%를 기록해 감소 폭을 점차 키우고 있다. 2월 수출이 감소한 것은 설 연휴로 조업일수(19일)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일일 평균 수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해 전반적으로 대내외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자원부는 ‘2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주력제품인 반도체의 단가 하락과 주력 시장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를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는 지속적인 단가 하락과 스마트 폰 판매 부진,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시기 조정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4.8%를 기록해 수출을 끌어 내렸다. 지역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고 중국의 성장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중국과 EU 수출이 각각 –17.4%, -8.5% 감소했다.

수출이 부진하면서 해외 원자재와 중간재 수요가 위축돼 수입마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수입은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1.7%를 기록한 데 이어 2월에는 -12.6%에 달해 수입 감소폭이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표적인 자본재 수입 품목인 반도체 장비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맞물려 지난 2월에는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2.9%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반 부진하게 되면 국내 투자와 소비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수출입이 2개월 연속 동반 마이너스 기록한 것을 가지고 추세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기에 섣부른 감은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를 감안하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출이 감소한 주요인은 주력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이다. 2018년 기준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 정도이고, 지역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27.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으로 수출 하는 품목 중에서 반도체 비중이 약 32%나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수출 감소의 주범은 시장의 중국 쏠림 현상과 지나치게 높은 반도체 의존도가 결합된 ‘중국 리스크’로 귀결된다.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8년 대(對)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4.7% 증가해 전체 수출 증가율 5.5%의 약 3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7.1%로 전년도 24.6%에 비해 2.5%포인트 높아져 시장 다변화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수출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내수 축소로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의 자급률 제고를 통한 수입대체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외부충격에 너무 쉽게 약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높은 중국 의존도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투자와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역 의존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으로 대표되는 아세안 국가와 인도 시장에 대한 진출 전략을 강화하여 해외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다음으로 ‘품목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 최근 들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전기차 등 신(新)수출 성장 동력 산업 분야를 지원해 지나친 반도체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품목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얼마 전 물러난 김현종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임사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범용제품이 아닌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말하는 ‘융합’의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기술과 기존의 제품을 결합하는 우리 고유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 ‘지역 리스크’와 ‘품목 리스크’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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