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망 붕괴되고 불황으로 15개월 연속 적자…산은, '비 해운 출신' 선임해 평가 엇갈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산업은행은 임기 2년을 남기고 물러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의 후임으로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한국 해운 부활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그가 현대상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컨테이너 해운 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우려가 교차되는 모습이다.

산은은 지난 7일 경영진추천위원회 결의를 거쳐 배 전 대표이사를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배 내정자는 현대상선 이사회 의결 이후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정식으로 대표직에 취임한다.

배 내정자는 지금은 LG그룹에 편입된 물류회사 범한판토스 대표를 역임해 물류전문가로 통한다. 산은은 그에 대해 "대형 물류회사 CEO를 6년간 성공적으로 역임한 물류전문가로서 영업 협상력, 글로벌 경영 역량, 조직관리 능력 등을 겸비했다"며 "특히 현대상선 고객인 화주의 시각으로 현대상선의 현안들에 새롭게 접근함으로써 경영혁신 및 영업력 강화를 이끌어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큰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대상선은 2010년대 들어 해운업 불황에 휘청이면서 법정관리 위기에 놓였다가 2016년 8월 출범 40년 만에 현대그룹 품을 떠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 아래로 들어갔다.

이후 재무구조개선작업을 지속하고 영업망 재건에 사활을 걸어왔지만 아직 경영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유동부채도 1조592억원으로 유동자산 9509억원보다 많다. 더딘 업황에 여전히 부족한 영업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배 내정자는 이런 상황에서 실적 개선과 재무구조개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정부가 한국 해운 부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중소선사에 총 7301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한국 해운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현대상선과 한국 해운이 중요한 길목에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배 내정자가 비 해운 출신이라는 점에 우려의 시선도 보낸다. 그는 LG전자 해외마케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범한판토스 대표이사를 거쳤지만 해운업계에서 특별한 경력은 없다. 현대그룹 시절 비해운 출신인 김성만 사장이 선임된 적은 있지만 당시는 2008년 해운 호황기때였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은 전문성이 강한 곳으로 그만큼 진입장벽도 높은 산업”이라며 “이같은 우려에도 산은이 고객인 화주의 시각과 혁신으로 배 내정자를 높게 평가한 만큼 그도 조속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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