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개 저축은행 사외이사 1인당 평균보수 2800만원
20회 미만 이사회 참석으로 임직원 연봉의 절반 수령
지난해 이사회서 반대표로 부결된 안건 한 차례 불과

▲ 지난해 국내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들이 1인당 평균 2800만원의 높은 보수를 받았지만, 이사회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해 사실상 '예스맨' 역할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지난해 국내 상위 5개 대형저축은행의 사외이사들이 1인당 평균 28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저축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5200여 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20차례 미만의 이사회 참석으로 임직원 보수의 절반 가량을 수령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 사외이사는 지난해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해 사실상 '예스맨' 역할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SBI·OK·웰컴·애큐온·JT친애 등 5개 상위 대형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한 2018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5대 저축은행 사외이사 24명은 지난해 총 6억7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평균 2800만원을 수령한 셈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사외이사 5명에 지급한 보수총액은 1억8070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본인 사외이사인 에지리 타카시(EJIRI TAKASHI)가 가장 많은 504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우양태 사외이사는 3410만원, 김기현 사외이사는 3350만원을 수령했다. 또 곽두헌·박형연 사외이사는 각각 3290만원, 298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OK저축은행은 은창용·이명상·박종오 등 사외이사 3명이 각각 24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정성철·김주열 사외이사가 각각 3600만원을 받았고, 강임호·최경일 사외이사는 각각 3000만원을 수령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박형태·변정규·한강현 사외이사가 각각 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또 지난해 7월 사임한 김창호 사외이사는 1750만원, 지난해 7~11월까지 재직한 채경옥 사외이사는 1000만원을 받았다.

JT친애저축은행은 이수영 사외이사가 378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이재호 사외이사는 3140만원, 이종호 사외이사는 3150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3월 신규 선임된 박도규·오중목 사외이사는 각각 2350만원, 2860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같은 달 임기가 끝난 이덕근·이택원 사외이사는 각각 950만원을 수령했다.

금융위원회는 사외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은 2016년부터 사외이사의 구체적인 활동내역과 보수, 처우 등을 상세히 담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들 5대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개최된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안건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15번 열린 정기이사회(사외이사 평균참석율 92%) 중 제15차에 참석한 사외이사 5명이 의결안건(투자전략회의 구성 및 운영 방안)에 반대해 부결됐다. 

SBI저축은행 사외이사들은 13번의 이사회(평균참석율 95.7%)에 올라온 안건에 모두 찬성 의견을 냈고 웰컴저축은행(이사회 개최 17번·평균참석율 100%)과 JT친애저축은행(18번·89.5%), 애큐온저축은행(14번·94.9%)의 사외이사들도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없었다.  

지난 1998년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외부인사를 사외이사진으로 구축해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사회 안건의 경우 해당 기업이 검토와 자문을 거쳐 결정한 사안인 만큼 찬성, 반대 여부만으로 사외이사진의 독립성이나 투명성 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사외이사 대부분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우면서 경영진의 업무 추진에 제동을 걸지 않는 이른바 '예스맨'이 돼 줄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수드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에 가깝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의 입김으로 사외이사 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이들의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며 "매년 높은 보수를 챙기면서도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지고 권한을 행사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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