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배당에선 현대차 손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오는 22일 주주총회 표싸움을 예고한 현대자동차와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기싸움이 현대차그룹으로 승기가 기우는 모양새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은 사외이사  문제에선 의견이 엇갈렸지만 배당에선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도 엘리엇을 요구를 ‘먹튀배당’으로 규정하고 사측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현대차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늘려 독립성을 문제삼은 엘리엣에 반격에 나서고 주주 소통을 강화하면서 투심을 끌어안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오는 22일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현대차그룹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의견을 냈다.

반면 글로벌 자문사 ISS는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후보 3명 중 2명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현대차는 엘리엇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와 로버트 앨런크루즈 후보가 경쟁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

엘리엇은 지난해 4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3사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지난달 주주총회 안건으로 대규모 배당확대 요구, 사외이사, 감사위원 추천 등 주주제안을 하면서 표 대결을 예고했다.

글로벌 양대 자문사의 의견이 엇갈린 셈이지만 사실상 현대차가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ISS는 현대차가 내세운 사외이사 후보군중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에 대해선 찬성 의견을 냈다. 현대차그룹과 엘리엇 의견을 각각 일부 수용한 셈이다.

특히 두 기관 모두 배당 이슈에선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ISS는 연구개발(R&D)이나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 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8조원대에 육박하는 배당안에 대해서 반대했다. 국내의 경우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엘리엇의 현금배당 제안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일부 이견에도 전체적으로 현대차에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임금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노조도 사측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 국내 개별 영업이익은 593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 경영위기라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인데 엘리엇은 현대차에 주당 2만1967원, 총 4조5000억원과 사외이사 3명 선임 요구 등을 하고 있다"며 "엘리엇은 '먹튀' 배당 요구를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현대차의 발빠른 대응도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내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문제삼은 엘리엣에 보기좋게 반격을 한 셈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에 영향이 큰 글로벌 자문사 의견이 엇갈린 상황에서 우호 지분이 많은 현대차의 세를 엘리엇이 넘어서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엘리엇 입장에선 막판 극적 딜을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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