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17조원↑…3개월 만에 최대
자영업자 수는 다시 감소세, 경영난 가중에 폐업 늘어
"금리 인상에 채무상환 부담 가중…줄폐업 우려 커져"

▲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들의 급격한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가계빚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경영난으로 소득절벽에 직면한 영세자영업자의 '폐업위기'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와 출혈경쟁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데다 생존을 위해 빚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은행권의 자영업자대출은 316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본격화한 시중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영난 심화가 대출 건전성 악화, 줄폐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83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대출은 157조9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1000억원 줄었고, 중소기업대출은 678조2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9월 5조4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대출은 316조7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액도 지난해 11월 2조4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이처럼 자영업자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 속에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의 폐업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자영업자는 568만7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0% 줄었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분기 감소한 뒤 2분기 보합세를 보였다가 3분기 다시 줄어드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이 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체를 차렸지만, 지속되는 불황에다 시장 경쟁심화, 임대표 및 최저임금 인상,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자영업자 모두 개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가 상환해야 할 빚이다. 기존에 빌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더해 창업을 위해 받은 대출까지 짊어진 이들의 소득 감소와 폐업은 곧 가계대출 부실로 전이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자영업자대출의 부실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90일 넘게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 금융채무불이행자는 2014년 말 2만1668명에서 지난해 말 2만7917명으로 6249명(29%) 늘었다. 자영업자 1만명당 채무불이행자는 2017년 말 132명(1.32%)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말 143명(1.43%)으로 다시 확대됐다.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신용등급 10등급인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2014년 말 51.14%에서 지난해 말 58.10%로 확대됐고, 9등급 비율의 경우에도 2014년 말 23.30%에서 지난해 말 25.62%로 늘었다. 8등급 역시 2014년 말 2.53%에서 2018년 말 3.83%로 악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 심화와 소비심리 저하,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쌓이면서 자영업 경기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다"며 "특히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데다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정부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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