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입증 되지 않았다’면서 자료는 왜 감췄나…오너경영인 수사 서둘러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살인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판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 임원이 ‘증거 인멸’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그동안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보상은 물론 사과 조차 거부해왔던 두 기업이 뒤에서는 증거 자료를 감추는데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을 총괄했던 오너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검찰이 SK케미칼 박철(53) 부사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박 부사장은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 연구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2013년부터 최근까지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2016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서도 "문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해당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 국민이 보고 있는 청문회에서 마저 버젓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그가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 윤리경영부문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윤리와 도덕성을 관리해야할 임원이 사실상 증거 인멸을 시도한 셈이다.

▲SK디스커버리 홈페이지 캡쳐

이에앞서 지난달 애경산업 전 대표와 전 임원도 각각 증거인멸교사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두 임원이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증거인멸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하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SK케미칼은 문제가 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했고, 애경산업은 ‘삼림욕 효과 및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다’는 라벨까지 붙여 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팔았다. 두 기업이 판 가습기 메이트는 모두 60여만개에 달한다. 애경산업이 1997년 자체제조판매했던 ‘파란하늘 맑은가습기’의 안전성 의혹도 일고 있다.

▲애경산업 홈페이지 캡쳐

이들은 그동안 전 정부의 조사에서 유해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보상과 사과를 모두 거부했다.

그 사이 살아남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지속해서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절반은 자살 시도 같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호소했다.

국민 목숨을 앗아간 사건임에도 그 흔한 사과마저 없는데다 증거인멸 의혹까지 커지면서 오너경영인에 대한 수사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고발 대상에 SK케미칼의 최창원 대표이사 부회장과 애경그룹 장영신 전 대표이사‧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 등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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