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입 최소화 해야…정부·정치권, 규제 갖고 이익볼 생각 하면 안 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자본주의란 하나의 생산방식을 말한다. 자본가(혹은 자본)가 원료·기계 등의 생산수단을 획득하는 한편, 임금 노동자를 고용해 재화 및 서비스 생산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일련의 생산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본가가 생산을 위해 획득하는 다양한 생산수단(임금 노동자도 포함)은 이미 상품화가 되어있고, 이를 시장에서 구입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는 상품의 시장화가 고도로 발달한 경제로 ‘시장 경제’라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북한 등 극소수의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부문은 시장경제 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가 가장 효율적인 체제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자유롭게 재화와 용역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시스템’으로 정의될 수 있다. 시장경제에는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조정자가 없어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은 손’이 시장에 작용하기 때문에 자원이 효율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언제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경쟁력 있는 집단이 거대 자본을 형성해 나갔다. 그 결과 독점자본의 횡포, 빈부 격차의 확대, 주기적인 공황과 실업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불완전한 시장경제 체제에서 파생된 이러한 문제들은 19세기 말 처음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1930년대 대공황으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국가는 적극적인 경제 개입을 통해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 나갔다. 특히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J. M. Keynes)는 과잉 생산으로 초래된 공황상태를 시장이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가가 재정 및 금융정책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할 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자들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는 스스로 무너진다는 기존의 이론을 포기하고, 국가가 효과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경제사회는 더욱 더 공고하게 발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를 ‘수정자본주의’ 혹은 ‘혼합경제’라 부르며 이전의 완전 경쟁 상태의 시장경제 체제와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 경제사회에서 국가의 역할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특히 재정 및 금융정책과 같은 거시정책은 경제 위기와 호황을 결정 지울 수 있을 만큼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경제과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 중에서 ‘규제’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생산의 무정부성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환경 문제와 같은 분야에서 규제는 필수적이다. 또한 이해 계층 간 혹은 산업 간 갈등을 조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하는데도 효과적이다. 규제를 시장에 반하는 조치가 아니라 시장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하지만 규제가 너무 엄격하면 경제 사회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는데 있어서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가 차량공유(카풀) 서비스와 기존 택시업계 간의 대립이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 간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차량공유 서비스 산업의 첫걸음을 마련한 것에 의미가 있지만, 하나의 규제를 풀면서 여러 개의 규제가 다시 생겨 오히려 나쁜 선례를 남겼다. 결국 규제가 경제 패러다임의 진화를 막는 꼴이 되었다. 이는 규제의 잣대를 시장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지 않고 정부의 역할과 정치권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시장은 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단, 시장 왜곡이 발생할 경우 국가(혹은 정부)가 나서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규제와 이해관계를 국가가 풀어나가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를 갖고 이익을 볼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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