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지분율 밀려 손병두 사외이사 재선임 등 안건 저지 실패
재벌 견제 실효성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마련 목소리 높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지난해 스튜어트십 코드를 도입하고 문제가 있는 재벌기업에 대한 강력한 경영 견제를 천명했던 국민연금의 시도가 효성 주총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국민연금은 효성의 일부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했지만 지분율에 밀려 실패했다. 국민연금이 견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마포구 효성빌딩에서 열린 효성의 제6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이 사측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효성 오너일가가 각종 비리의혹으로 재판과 수사를 받는 데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안건에 사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효성의 분식회계 발생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시 의무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손병두 전 부회장과 박태호 전 본부장의 사외이사 재선임안 및 최중경 회장 감사위원 재선임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효성 오너일가의 막강한 지분이 밀려 안건 저지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효성 지분율은 10.03%로, 조현준 효성 회장과 특별관계자들의 지분율 54.7%에 한참 못 미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양래 명예회장은 현재 일감몰아주기, 탈세,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회사가 이들의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이를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효성과 오너일가에 대한 국민연금의 견제가 통하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로 효성그룹의 문제점이 환기됐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분율이 담보되지 않은 재벌 견제는 사실상 힘들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효성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는 계속돼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과도한 겸임 및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조현준 회장, 조현상 사장, 최중경 사외이사 등 이사 3명 선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지만 역시 지분율에 밀려 안건 저지에 실패했다. 당시 국민연금의 효성 주총 안건 반대율은 66.7%에 달했다. 2016년에도 당시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올해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분율 5% 이상 또는 보유 비중 1% 이상 투자기업 중에서 배당뿐 아니라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사익 편취 행위, 과도한 임원 보수 한도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재벌 견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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