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기업대출 확대…여신 잔액 60조원 육박
이자이익 확대에 실적도 호황, 2년째 순익 1조원 달성
업황 악화에 올해 호실적 장담 못해…실적 위기감 고조

▲ 저축은행업계가 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 등으로 2년 연속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이라는 유례없는 실적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고금리대출 규제 강화 등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실적부진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저축은행들이 역대급 실적 경신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가계와 기업대출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저축은행업계의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러한 호실적에도 현장의 분위기는 "올해가 걱정"이라는 위기감이 더 큰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가 2010년 부실사태의 악몽을 빠르게 털어내며 2년 연속 '순익 1조원'이라는 실적 호황을 맞았지만, 고금리대출 규제 등 영업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올해 실적확보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59조2458억원으로 전년(52조2608억원) 대비 13.4%(6조9850억원) 늘었다. 2년 전(44조2884억원)에 비해선 33.8%(14조9574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저축은행권 여신은 지난 2010년 5월 65조7541억원으로 정점을 찍고서 이듬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계기로 꾸준히 감소해 2014년 6월 27조569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이후 증가세로 반전해 2017년 7월 40조원(40조785억원) 벽을 다시 넘어섰고, 같은 해 10월에는 50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가 최근 2년 새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대형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영업을 강화한 데다 시중은행의 여신심사 강화로 가계와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작용한 영향이 크다.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실적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11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423억원)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2년 연속 순익 1조원을 달성했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1310억원 증가하고 비이자이익은 1130억원 줄었지만, 대출 확대로 이자이익이 4430억원 늘어나면서 순익도 증가했다.

문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및 고금리대출 규제 강화 등 영업환경 악화에 직면한 저축은행들이 올해에도 실적 호황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연 27.9%에서 연 24%로 하향 조정했고, 단계적으로 연 2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부터 금리 연 20% 이상의 고위험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을 높였고, 지난해 말에는 대형저축은행의 금리운영 체계에 대한 현장검사를 벌이는 등 고금리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에 돌입했다. 

그동안 고금리 논란을 낳았던 금리운영 체계에 대한 개선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대출금리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산정될 수 있도록 업계와의 TF를 구성해 대출금리 산정체계 모범규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늦어도 오는 6월에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환경 악화로 수익내기가 녹록치 않게 돌아가면서 올해에도 호실적이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며 "중금리대출 라인업 강화 등 수익원 다양화 측면에서 고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실적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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