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 취임…'중국통' 출신 해외영업 전문가
'일본통' 진옥동 차기 신한은행장 26일 공식 임기 시작
국내 금융환경 녹록치 않아…해외시장 공략 속도낼 듯

▲ 해외에서 잔뼈가 굵은 '해외통' 수장을 맞은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은행' 도약을 외치며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예고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새로운 수장을 맞은 은행들이 '국내 최고의 글로벌 은행'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영업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은 '1등 글로벌 은행'을 외치며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오는 26일 위성호 현 행장의 뒤를 이어 공식적인 임기를 시작한다. 해외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권 대표 '해외통'으로 불리는 두 최고경영자(CEO)의 등장으로 은행권의 해외시장 공략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중국통' 출신 해외영업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지 행장은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전략실장,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 전무,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 등을 지냈다. 그는 홍콩지점 차장으로 나간 2001년부터 2017년 말 부행장으로 선임되기까지 16년 가량을 중국 무대에서 활동했다.

지 행장은 전날 취임식을 앞두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은행(IB), 자금, 신탁, 기업금융 등 해외 관계사 협업을 강화해 하나은행을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젊은 행장', '글로벌 전문가'라는 지 행장이 하나은행의 해외사업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그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외에 새로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으로는 '신남방'을 꼽았다. 지 행장은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 등에 임기 2년 동안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이 국외에서 거두는 이익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디지털 원년'으로 선포하고 디지털금융사로 변모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선임에 김 회장 의중이 반영된 만큼 지 행장은 앞으로 글로벌 영업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을 이끌게 된 진옥동 차기 행장도 일본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해외통'으로 꼽힌다. 

진 차기 행장은 지난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6년 뒤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인력개발실, 고객지원부, 종합기획부 등을 거쳤다. 1997년에는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일했으며, 2002년 귀국해 여신심사부 부부장과 자금부 팀장을 지냈다. 2008년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오사카지점장을 지냈고 2009년 9월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이 출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차기 행장은 오는 2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주총에서 신임 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그는 선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한금융그룹의 장기비전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핵심인 글로벌 부문 강화 등의 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 따라 오는 2020년에는 해외 손익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은행권은 수익기반 다변화 차원에서 적극적인 글로벌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영업환경 탓에 국내 영업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 결과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도 점차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9억8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2%(1억7900만달러) 늘었다. 이는 은행 전체 순익(13조8000억원)의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189개(39개국)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베트남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16개), 인도(15개), 미얀마(12개), 홍콩(11개) 등의 순이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가 131개로 전체 해외점포의 69.3%를 차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올해에는 은행들이 예년 만큼의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 이자에 의존하는 사업에서 벗어나 새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만큼 해외부문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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