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수소 생산방안 없이 상용차건설기계 수소차로 전면교체 어불성설
실현 가능한 목표 설정하고 준비해야 미래 먹거리 확보 경쟁서 밀리지 않아

최근 국토교통부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으로 2035년까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과 건설기계의 동력을 화석연료에서 전기 및 수소 연료로 전면 교체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수소열차도 2025년 이후 상용화한다고 한다. 이 같은 계획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최정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나타났다.

수소경제는 연초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 전도사’를 자칭하면서까지 관심을 가진 사항이고, 산업부, 국토부 등 정부 유관 부처가 합동으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신임 국토부 장관 내정자가 수소경제와 관련된 비전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 진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졸속 내지는 급조된 흔적을 지울 수가 없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경제를 ‘혁신성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면서 친환경 에너지의 원동력’이라는 인식하에서 2040년까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큰 정책 방향과 목표 및 전략을 추진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수소경제를 자동차, 선박 등 수송 분야에서 전기, 열 생산 등 에너지 분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장 및 산업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해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 등과 같은 환경 문제도 함께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국토부가 제출한 자료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수소·전기차 지원과 충전소 확대 등을 이야기하고 있어, 수소경제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는 정부 정책을 오히려 축소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토부가 LPG 차량의 전면적 허용에 이어 수소·전기차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나가겠다는 발표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심도있는 준비과정을 거쳐 발표했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2035년까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을 전기 및 수소 연료로 전면 교체한다는 목표치는 정부 유관 기관과 협의도 거치지 않고 발표한 것 같다. 정부안을 보면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40년까지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로 늘리고, 같은 기간 수소택시 8만대와 수소버스 4만대, 수소 트럭 3만대를 보급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그 시기를 2035년으로 5년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화물차와 사업용 차량 전부 교체한다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자동차 약 2300만 대 중에서 승용차가 약 1870만 대(80%), 그리고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가 약 450만 대(20%) 정도이다. 국토부에서 내놓은 비전대로 본다면 2035년에 우리나라에 최소한 450만대 이상의 수소차가 굴러 다녀야한다. 하지만 정부안은 2040년에 이르러야 290만대(내수용)가 된다.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정부안과 국토부안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안이 발표되었을 때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수소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 많은 수소 연료를 어디서,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수소연료 공급은 수소경제, 나아가 수소사회로 가기 위한 핵심 키워드다. 그런데 수소연료 공급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무턱대고 목표치를 더 올려 잡은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수소경제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혁신성장과 에너지 안보,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만큼 ‘백년대계’의 마음가짐으로 시작부터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국토부 장관 청문회 준비용으로 급조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 정책의 큰 틀에 혼선을 주지 말아야 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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