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아니라 ‘희생’, 그것이 보수가 되었건 시간이 되었건, 공공 이익을 위해서 ‘나는 조금은 손해를 보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직에 많이 들어와야 우리 사회가 발전한다고 확신한다. 공직을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집단(지역, 학연, 가문)의 명예나 영향력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공직에 들어와서는 안 될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조창현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이 ‘기독교와 공직’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인사행정과 지방자치 분야에서 국내 최고 석학 중 한 분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 ‘공익을 위해 개인적으로는 손해를 보겠다’는 공직관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은 몇 명이나 될까. 조선시대처럼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공직에 진출하겠다는 공직관을 가진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이 이른바 ‘재테크’, ‘집테크’를 위해 공직에 진출하겠다는 공직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른 장관 후보자 7명 중 4명이 집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이고, 청와대 비서진까지 다주택자가 상당수여서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특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복합건물을 25억7000만원에 사들여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대출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목전에 두고 가치가 급상승 중인 흑석뉴타운 9구역에서 상가건물을 사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오죽했으면 ‘친정’인 한겨레신문까지도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겠는가.

‘맹자(孟子) 양혜왕장구하(梁惠王章句下)’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약간 길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고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左右皆曰賢 未可也 諸大夫皆曰賢 未可也(좌우개왈현 미가야 제대부개왈현 미가야)/國人皆曰賢 然後察之 見賢焉 然後用之(국인개왈현 연후찰지 견현언 연후용지)/左右皆曰不可 勿聽 諸大夫皆曰不可 勿聽(좌우개왈불가 물청 제대부개왈불가 물청/國人皆曰不可 然後察之 見不可焉 然後去之(국인개왈불가 연후찰지 견불가언 연후거지).” 이를 직역하면 이렇다. “좌우의 신하들이 모두 (그를) 현명하다고 말해도 허락하지 말며, 여러 대부(大夫)들이 모두 현명하다고 말해도 허락하지 말고, 나라 사람(國人) 모두 현명하다고 말한 뒤에 살펴보아서 현명함을 발견한 뒤에 등용하며, 좌우의 신하들이 모두 불가하다고 말해도 듣지 말며, 여러 대부들이 모두 불가하다고 말해도 듣지 말고, 나라 사람들이 모두 불가하다고 말한 뒤에 살펴보아서 불가함을 발견한 뒤에 그를 버려야 합니다.”

모름지기 공직자 기용에 있어서 국민 여론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참모들이 추천해도 여론이 나쁘면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청와대의 이른바 ‘조남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인 셈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28일 “인사추천 책임자는 물론 검증 책임자까지 무능과 무책임의 끝판왕을 보였다”고 비판한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다. 상당수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결격 사유가 있는 장관후보자들은 스스로 자성하고 더 이상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기 바란다. 결국 김 대변인은 29일 사퇴했다.

그리고 중앙인사위원회를 당장 부활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인사를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 중앙인사위원회를 없애버렸다. 그 폐단이 오늘의 참담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차제에 중앙인사위원회 부활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고대 그리스에선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 공직을 맡아 무보수로 봉사했다고 한다. 그 공직에 들어가는 비용도 자신의 돈으로 부담하는 전통이 오래 지속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직(公職)’은 ‘공직(空職)’이어야 한다. 권력‧돈‧명예를 갖기 위해 ‘공직(公職)’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권력‧돈‧명예를 버리고 ‘공직(空職)’을 맡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공적분야(public sector)에 종사하는 150만 명의 공직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대한민국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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