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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현대차, 수소경제 독식 심하다
수소차 제작에 만족하지 않고 충전소 사업에도 뛰어드는 것은 문제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키워 동반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중소기업벤처부 수소경제 활성화 구두선에 그치지 말고 주도해야
2019년 04월 19일 (금) 11:03:48 이원호 webmaster@smedaily.co.kr

정부는 올해 초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2040년 수소차 누적 생산량 620만대(내수 90만대, 수출 330만대)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 ▲경제·안정적 수소 생산 및 공급 시스템 조성을 조성 ▲그레이(Grey) 수소에서 그린(Green) 수소 생산으로 패러다임 전환 ▲수소생산-저장·운송-활용 전(全)주기에 걸쳐 안전관리 기준 확립 등으로 수소 산업 전 분야에 걸쳐있다.

우리 경제는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어 혁신성장을 이끌 새로운 산업의 출현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때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 중 하나인 수소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수소 분야에서는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한 현대자동차가 있고, 수소차 전용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아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수소 산업은 초기 투자 전략에 따라 우리나라가 세계 수소 산업을 선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따라서 초기에 수소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대기업과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상호 협력을 해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초기에 누군가가 자본력 혹은 기술적으로 앞선다고 해서 독식하려는 의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로드맵 이후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벌써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로드맵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규제 샌드박스 1호인 수소충전소 설치의 주체에 현대자동차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자동차가 중심이 된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SPC) 하이넷’이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기를 구축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하이넷에는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수소공급업체, 충전소 설비업체 등이 고루 참여해 모양을 갖추기는 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2대 주주로 참여한다는 것은 향후 완성차 시장뿐만 아니라 수소연료 공급망마저 독식하려는 의도로 읽혀질 우려가 있다. 특히 1대 주주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인 점을 감안 한다면 현대자동차가 실질적으로 1대 주주나 다름이 없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수소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수소연료 관련 기술력을 축적한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완성차업체가 연료 공급망까지 차지하게 되면 향후 수소생태계에서 현대자동차의 독점이 심화되어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가 없다. 더욱이 새로 출범하는 하이넷의 자본금은 1250억 원에 불과해 수소충전전소 100기를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정부지원금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대기업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 수소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기술력과 자본력의 도움이 불가피하다면 독일의 수소충전소 구축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H2Mobility라는 SPC를 통해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정부가 수소판매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때까지 운영손실을 보전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소판매 수익이 발생하는 2025년 경 SPC를 해산하고 수소충전소를 석유회사가 시장가격 및 장부가격 가치를 고려해 대부분 인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업체는 수소차 개발에만 전념하고 수소연료 보급은 석유회사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수소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독일의 전략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현대자동차가 기술을 독점하려 들지 말고 과감하게 개방해 수소경제 및 수소차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수소차 관련 부품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가 앞장서 기술 이전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귀감이 된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처음으로 개발했지만 초기에는 특허를 개방하지 않았다. 경쟁업체들은 도요타의 특허를 피해 하이브리드를 개발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탁월한 연료 절약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전략은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욕심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미래 혁신성장의 원동력으로 수소경제 활성화 전략을 내놓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그리고 앞선 기술력을 가진 현대자동차가 중심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현대자동차가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곤란하다. 수소경제 활성화 초기 단계에서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을 키워 현대자동차와 동반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중기부가 나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현재 중기부는 수소경제 관련 정책에서 멀리 비켜나 있다. 수소경제 주무부서 중 하나인 산업부와 중기부의 홈페이지에서 ‘수소’라는 단어로 통합검색을 해보면, 산업부는 3263건이 나온 반면 중기부는 21건에 불과하다. 더욱이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올 1월 이후 중기부에서 검색되는 수소관련 자료는 단 1건에 불과할 정도로 수소경제와 무관한 부서로 전락했다.

박영선 신임 중기부장관은 취임사에서 "중기부가 문재인 정부 시대에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며 "중소ㆍ벤처기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우리 경제의 중심이자 당당한 주체"임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수소경제 활성화에 있어서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를 개편하고 나아가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이 많이 출현하도록 중기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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