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보험권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추진
보험모집 불법행위에 보험사 손해배상 5배까지 확대
당국도 불완전판매 '정조준'…중소형사 타격 불가피

▲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개혁 드라이브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개혁 드라이브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은 연일 소비자 보호 강화를 외치며 불완전판매에 대한 엄정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데다 정치권에서는 보험모집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추진 중이다. 수년째 불완전판매 '다발'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중소형사들은 보험권에 매서운 '사정 한파'가 몰아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25일 보험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보험사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모집 과정에서 입은 손해에 대해 보험모집을 위탁한 보험사가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배상액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손해배상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 정도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보험모집 과정에서 보험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거나,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는 등의 금지 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 의원의 지적이다.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사의 배상책임을 발생한 손해의 5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험권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대해 보험사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되는 위법행위의 종류를 감안할 때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담합·거래상 지위 남용 등 공정경제질서 교란, 근로관계상 차별적 처우,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해 유발, 지적 재산권 침해 등으로 통상의 방법으로 불법행위 억제가 어렵거나 특별히 피해자 보호가 필요한 영역 등이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가해행위의 고의·중과실 등 악성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논의 및 입법 현황 검토' 보고서를 내고 "보험모집 관련 불법행위는 현재 입법 사례 중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음에도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고의·중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타 입법례보다 높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는 마땅히 처벌돼야 하지만, 보험대리점(GA) 등 보험사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판매채널의 불완전판매까지 해당 보험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불완전판매와 이에 따른 고객민원 규모는 은행이나 증권사, 카드사, 캐피탈사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월등히 많은게 사실이다.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고객 모집 과정에서 실적확대에 치우친 공격적인 영업드라이브가 불완전판매 양산해 민원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도 보험사와 고객 간 분쟁이 흔하게 일어난다.

실제로 일부 중소형 보험사의 불완전판매율은 수년째 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의 공시자료를 보면 지난해 KB생명(0.96%)과 KDB생명(0.95%), 처브라이프생명(0.78%)의 불완전판매비율은 업계평균(0.26%)의 3배를 넘어섰다. 손보사의 경우 에이스손보의 불완전판매비율이 0.37%로 가장 심각했고 AIG손보(0.15%), 롯데손보(0.12%), 더케이손보(0.11%) 등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손보업계의 불완전판매비율 평균은 0.09% 수준이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 수장자리에 오른 윤석헌 원장은 취임 때부터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당시 윤 원장은 "불완전판매가 여러 금융권에서 확대되는 추세"라며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감독·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상품 엉터리 판매가 심각한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이 금융개혁 드라이브의 첫 타깃이 될 전망"이라며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불완전판매 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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