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산업 따라가는 ‘추격형 경제’로는 미래 산업 육성 못해
수소차 단기수익 없지만 장기적으로 세계시장 선도해 나갈 수 있어

정부와 청와대는 지난 22일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역량을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3대 분야의 선정 기준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지 ▲이를 위한 자본과 인력 등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및 일자리 창출 효과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꼽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미래 육성 산업이라는 성격에 맞게 ‘추격형 경제’에서 시장을 앞서가는 '선도형 경제'로 체질을 개선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위 3대 분야 중에서 비메모리 반도체와 바이오의 선정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또한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 사회를 감안한다며 생명공학 등 바이오산업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미래형 자동차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육성은 정부가 수소경제에 확고한 의지를 보인 만큼 정책 방향은 수소차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수소차 육성 방안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제시류에 맞지 않는다거나, 이로 인해 국내 전기차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키워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전기차론자들은 수소는 생산부터 저장까지 연구개발도 완료되지 않아 시장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20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전기차는 매년 생산 판매가 두 배씩 늘어나며 상용화됐다면서 정부의 수소 중심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중국에서 열렸던 ‘상하이 모터쇼’는 각국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마치 전기차의 격전지가 된 느낌이었다. 미국의 테슬라와 최근 들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토종업체는 물론이고, 유럽의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전기차로 눈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폴크스바겐이 자사의 전기차를 소개하면서 ‘Just Electric(오직 전기만으로)’라는 구호를 내건 것처럼 향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이 전기차로 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수소차 육성 계획을 고수한다는 것은 분명 정책의 엇박자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수소경제 전략을 현재 시장의 흐름만으로 이해하려기보다 ‘시장 선도형 경제’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고속 성장 이면에는 선진국 혹은 선진 기업이 선도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응용하거나 다른 기술과 결합해 상용화 하는 이른바 ‘추격형 경제’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전략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성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질적 성장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분야에서 동일 선상의 출발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선도형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전기차의 경우 데슬라와 같은 선진국업체와 중국의 신생업체들이 이미 앞서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전기차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은 계속해서 ‘추격형 경제’에 머무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수소차 육성 및 수소경제 구축 전략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앞선 분야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상용화했으며, 수소 생산, 운송, 저장 관련제반 기술들이 아직까지 표준화되지 않아 초기에 과감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있다.

전기차는 이미 세계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시장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기차는 이제 민간이 투자를 하고 시장에 뛰어 들어 경쟁해야 하는 민간의 몫이다. 그렇지만 수소차는 아직까지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지고 수소차 분야를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수익이 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수소차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반면 민간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전기차 분야에 집중해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기차를 정부가 육성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전기차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전기차론자들의 주장은 민간기업의 탐욕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만 생각한다면 전기차가 유리하지만 미래를 준비한다면 수소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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