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해소 나섰지만 함 회장 회사 오뚜기라면 내부거래는 여전…합병 가능성 주목
일감 회사 잘 키웠더니 상속세 납부자금 일부 회복하고 그룹 지배력도 강화 ‘마법’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오뚜기 함영준 회장(사진)이 일감몰아주기로 도마에 올랐다. 오뚜기는 사재를 털어 소외계층을 도운 창업주의 나눔활동과 그의 아들 함 회장의 편법없는 1500억원대 상속세 납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로 떠오른 기업이다. ‘갓뚜기’라는 애칭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사실상 함 회장의 개인회사가 오뚜기 일감 지원아래 급성장하면서 여타 다른 재벌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오뚜기가 착한기업으로 비상하긴했지만 사실 함 회장 일가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17년부터 오뚜기 등 중견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꾸준히 제기했다. 상위재벌 못지않게 사익편취행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었다.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풍림피앤피,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알디에스 등이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 회사로 꼽혔다. 오뚜기는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위 D등급을 받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오뚜기는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제유 등 함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보유했던 회사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사들이면서 의혹 풀기에 나섰다. 풍림피앤피·상미식품는 지난해 9월 흡수합병했다. 그 결과 함 회장 일가는 세전 기준 약 500억원대의 거금을 손에 쥐게 됐다. 이는 함 회장이 낸 상속세 1500억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오뚜기 지원 아래 자신의 회사를 성장시키고 다시 오뚜기에 지분을 팔아 상속세 일부를 보전한 꼴이 됐다. 조원태 한진 회장이 과거 일감몰아주기로 논란이 된 계열사 지분을 대한항공에 전량 무상으로 넘긴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핵심인 오뚜기라면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오뚜기라면 총매출액 6459억2400만원 중 특수관계자 관련 매출액은 6442억9900만원에 달한다. 내부거래율은 사실상 100%다. 해마다 현금배당도 꾸준히 실시됐다. 함 회장의 오뚜기라면 지분율은 32.18%, 오뚜기는 27.65%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내부거래율과 총수일가의 지분율에도 오뚜기는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 일감 규제 기준은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오뚜기는 자산 2조원대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일감몰아주기 조사 범위를 중견그룹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최근 공정위의 KPX그룹의 내부거래 조사가 그 신호탄으로 풀이 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현재 재계에서는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의 합병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함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비판에도 여전히 오뚜기라면 최대주주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오뚜기라면의 오뚜기 지분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함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일감몰아주기로 잘 키운 회사들이 함 회장의 지배력 강화의 효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동안 재벌가에서 흔하게 드러난 승계나 지배력 강화의 방정식이 오뚜기에서도 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뚜기 측은 "오뚜기라면 정리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 노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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