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보고서 SK 통해 받고도 가습기메이트 출시
채동석 부회장은 피해자와의 전화에서 ‘비서’라고 속여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하다가 많은 사람이 죽거나 피해를 본 상황에서 유해성을 모르고 단순하게 팔기만 했다며 ‘결백’을 주장해온 애경산업이 사실은 인체 무해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연구보고서를 확보하고도 제품을 출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거짓말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애경의 비도덕적 행태에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은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된 2002년 9월 이전에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 보고서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10∼12월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 당시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인해 (실험용 쥐의) 백혈구 수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유해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유공은 1994년 11월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했고, 애경은 유공 사업부를 인수한 SK케미칼과 판매계약을 맺고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63만개에 달하는 가습기메이트를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당시 애경은 ‘삼림욕 효과 및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다’는 라벨을 거리낌없이 제품에 붙이기도 했다.

그동안 애경 측은 “SK케미칼에서 원료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 유해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서 애경의 거짓말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그 신뢰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시판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 채동석 부회장이 살균제 피해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신분을 '비서'로 속인 채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수사에서는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산하 연구소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노트북부터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하드디스크에 구멍을 뚫거나 컴퓨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CMIT·MIT', 'MSDS', '파란하늘' 등의 검색어를 넣어 나오는 개별 파일들을 모두 삭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떳떳했다면 숨길 이유는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봤다며 정부에 지원을 신청했지만,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40대 남성이 폐 섬유화로 사망하는 사건마저 일어났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6384명) 중 사망자는 1403명으로 늘어났다.

시민단체 측은 “혐의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음에도 사과 조차 거부하고 있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보자면 한국기업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비판했다.

한편, 최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 채동석 부회장이 살균제 피해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신분을 '비서'로 속인 채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는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