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에 인보사 사기 의혹 겹쳐…식약처 허가, 관리업무 분리 주장도 제기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삼성바이오직스와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논란에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성분 사기 의혹까지 불미스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제약업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제약업계의 특성상 제품과 회계에 대한 신뢰 문제는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다. 일부 기업의 부실관리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국내 업계 전체의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인보사는 무릎에 주사하는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2017년 7월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관심이 폭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코스닥 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2조원을 가뿐하게 넘어섰고, 이웅열 전 회장도 돈방석에 앉았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상황은 뒤집어졌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31일 인보사의 주성분 중 일부가 의약품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의 기재 내용과는 달리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로 추정된다며 인보사의 제조·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인보사의 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르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에 코오롱 측은 인보사가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사례가 없었고 해당 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을 막기 위해 방사선 처리를 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품목 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인보사의 3차 임상시험을 중단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서로 반대되는 해명을 공시하면서 은폐, 거짓말 논란도 거세다.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재팟을 터트렸던 이 전 회장의 지분 가치도 반 토박이 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인보사 논란이 발생하기 전인 3월말 7만5200원보다 57.45%, 코오롱티슈진은 3월말 3만4450원에서 1만1600원으로 66.33% 추락했다. 만약 의도된 성분 조작이나 은폐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금 가치 역시 보전하기 힘들다.

제품을 허가해준 정부의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 당시 코오롱이 제출한 자료에 실린 효과성은 믿고서 간단한 유전자 검사로 할 수 있는 성분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 건강 파수꾼이라던 식약처 존재의 이유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는 대목이다. 부실관리를 넘어 업체와 식약처 공무원들 간의 유착 가능성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허가해준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현재 코오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산업육성을 위한 정부의 섣부른 규제완화가 국민의 안전을 대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선 식약처의 안전성 평가와 허가 업무를 분리해 유착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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