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보다 돈벌이에 치중하는 일부 업체에 회초리부터 들어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업계의 천군만마로 떠올랐다. 박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등재에 공식 반대하고 상반기 PC게임 결제한도 폐지를 공언하는 등 그동안 게임업계의 주장에 그대로 보조를 맞추면서 게임업계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박 장관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지원 강화와 규제 대폭 축소를 강조하고 있다. WHO가 게임을 인터넷 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한데 대해 의견서까지 보내 반발한 것도 게임산업의 위축을 우려한 조치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입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타 부처의 생각은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게임중독 등 이용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나 예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WHO가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그 결정을 그대로 따를 예정이다.

그렇다면 국민 생각은 어떨까.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술·도박·마약 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분류·관리하는 데 찬성' 응답이 45.1%, '놀이문화에 대한 지나친 규제일 수 있으므로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반대' 응답은 36.1%로 찬성 의견이 높았다.

박 장관의 게임산업 사랑은 지난 9일 국내 게임업계와의 만남에서 더욱더 두드러졌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성인에게까지 결제한도를 둔다는 건 굉장히 낙후적”이라며 “상반기 내에 온라인 PC 게임의 결제한도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공언한 만큼 사실상 PC게임의 결제한도 폐지는 현실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계의 오랜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가 풀리게 되는 셈이다. 결제한도가 없어 한 달에 수십~수백만원을 쓰는 사람들이 즐비한 모바일게임의 현실이 PC게임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PC게임 결제한도 폐지가 현실화되면 최근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정액제를 폐지하고 부분유료화로 전환시킨 엔씨소프트의 수혜가 예상된다. 엔씨스프트가 이미 모바일 리니지M으로 잿팟을 터트린 상황에서 부분유료화된 리니지의 결제한도까지 없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까마귀날자 배떨어지는 식이었겠지만 일련의 사건 타이밍만 보자면 박 장관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콤비플레이가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박 장관이 게임산업 육성과 함께 폐단 척결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리니지M 등 국내 게임 대부분은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확률형 아이템에 수익성을 의존하고 있다. 일부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은 0.0001%에 그친다. 이 때문에 ‘바다이야기’와 다름없다는 사행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으며 유저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동안 이같은 문제를 지적해온 손혜원 국회의원은 과거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고 강력비판한 바 있다.

박 장관이 중소게임사를 중심으로 강력한 정책 지원에 나서면서도 양질의 게임 개발 보다 사행성을 가미한 돈 벌이에 치중하고 있는 일부 게임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에 회초리부터 먼저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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