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향하는 검찰 칼끝…분식회계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윗선’을 향하고 있다.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분식회계의 최대 수혜자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점은 주목된다. 공식출범 2년차를 맞은 ‘이재용 삼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현재 이를 분석중이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의 사무실도 포함됐다.

앞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와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는 증거인멸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거짓말도 드러나고 있다. 애초 삼성 측은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을 행사로 삼성에피스 지배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져 자연스레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을 되사려했다는 정황과 삼성이 관련 문건을 삭제해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 등이 수사에서 드러났다. 공장 바닥을 뜯어 증거자료를 은닉하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있었다. 이 TF는 지난 2017년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이 부회장이 해체를 지시한 뒤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간 소통과 협업을 위해서 신설됐다. 하지만 실제 했던일은 이와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사실상 미전실이 무늬만 바뀌고 계속 유지된 것이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맞다면 이 부회장이 대놓고 국민들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어진다.

분식회계라는 불법행위에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분식회계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봤는지 따지면 쉽게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에피스 사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까지를 보자면, 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삼성바이오 4조5000억원대 평가이익→대주주인 제일모직 가치 상승→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재용 부회장 그룹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만약 분식회계가 고의적이었다면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마저 마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도 중요한 이야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KBS 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 등을 지켜보며 삼성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며 "이 부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미래 먹거리로 어떤 새로운 사업을 만들 것인지 좀 더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텔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는 자서전에서 '성공은 자만을 낳고, 자만은 실패를 낳는다'라고 했다"며 "새로운 삼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이 부회장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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