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금리동결 우세…관심은 소수의견 출현 여부
경기둔화·가계부채 진정세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소수의견 가능" vs "시기상조"…증권가 전망은 엇갈려

▲ 지속되는 경기부진 속에 가계부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준금리 인하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하반기 금리인하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되는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지속되는 경기부진 속에 가계부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동안 가라앉았던 기준금리 인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올들어 수출 등 국내 경제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리 인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3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올 하반기 금리인하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되는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31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금리동결 결정보다는 금통위 내부의 기류 변화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부 비둘기(통화 완화적) 금통위원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란 예상에서다. 통상 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멀지 않은 시점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한 이후 줄곧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까지 금리 동결 신호를 강하게 내왔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도 점차 약화하면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금통위의 소수의견 등장 기대감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2019년 1분기 중 가계신용'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540조원으로 전분기 말(1536조7000억원)보다 3조3000억원 늘었다. 이러한 대출 증가폭은 2013년 1분기에 9000억원 감소한 이후 최소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며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KDI는 최근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내리면서 "단기적으로 대내외 수요 위축에 대응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2분기 성장률이 낮아질 경우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낮출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놨다.

이에 앞서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3월의 2.6%에서 2.4%로 낮추고 통화정책 완화를 동반한 재정확대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도 지난 13일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단기 성장세를 지원하고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조동철 금통위원은 저물가에 대응한 통화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금리인하 의견을 개진했다"며 "5월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동결되겠지만,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 가운데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위원이 이번주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다만 최근 원화가 빠르게 절하됐기 때문에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소수의견 없이 이번에도 만장일치 금리 동결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자회견은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는 기존의 톤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5월 금리 인하의 소수의견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한국과 미국 모두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완화적인 뷰를 가지고 있지만, 당장의 금리 하락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특히 한은은 대외 중앙은행의 완화적 행보를 확인하지 않는 한 기준금리 인하를 선제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낮아 지금의 기대는 다소 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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