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1.75% 유지…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수출·투자부진 등 고려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됐지만, 이날까지 포함해 올해 상반기에 4차례 열린 회의에선 연속 동결됐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시장의 예상대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21일 채권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100명)의 97%가 동결을 예상했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인상하고 주력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봉쇄에 나서자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설 태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에다 세계 주요국 경기도 한풀 꺾였다는 전망마저 확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시각이다.

수출과 고용 등 국내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점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요인이다. 수출은 양대축인 반도체와 중국시장이 흔들리면서 4월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취업자 증가폭도 4월에 다시 20만명 아래로 떨어져 고용상황 회복 역시 더디다.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오히려 인상보다 인하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은은 1.75%의 금리가 여전히 우리 경제 여건과 비교해 '완화적 수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으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관심은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소수의견이 나왔는지 여부다. 금통위원 사이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만장일치인 경우 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