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에 이어 토요타, 폭스바겐, 베이징차, 벤츠 등 탈 내연기관 선언
IT·서비스산업이 자동차 산업 이끌며 거대한 신규 산업 창출 전망

독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 벤츠)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는 지난 5월13일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벤츠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순수전기차(EV)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로 채울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완전한 탄소 중립을 위한 ‘Ambition 2039'가 완성되는 2039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칼 벤츠(Karl Benz)와 고트리브 다임러(Gottlieb Daimler)에 의해 최초로 자동차를 생산한 회사가 약 130년 만에 내연기관 자동차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17년 연말에는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의 쉬허이(徐和誼) 회장이 오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 모델의 생산과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에 매진할 것이라 발표했다. BAIC는 현대자동차, 독일의 다임러 등 해외업체들과 합작투자로 생산하는 내연기관차 모델들은 계속 생산할 계획이지만, BAIC 독자 브랜드로 생산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BAIC의 전기차 전략은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NEV)' 중심 정책 드라이브과 더불어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로는 선진 자동차업체와 경쟁이 어려운 중국 자동차업체의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런데 자동차 탈 내연기관화는 위의 두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볼보는 2019년에는 가솔린, 디젤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2021년까지 5종의 순수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토요타도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더는 생산하지 않고 전 차종에 전기를 에너지로 하는 자동차만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폭스바겐그룹(VAG)은 오는 2040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유럽 최대의 전기차 생산업체로 거듭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올해 4월 개최된 상하이 모터쇼에서 ‘오로지 전기로만(Just Electric)’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인 전기차 마케팅에 나선 바 있다.

물론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속속 친환경차에 대한 비전을 발표한다고 해서 당장 자동차시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지난 3월 ‘2030년 자동차 동력 발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내연기관 자동차가 2030년에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로 ‘자동차의 기술별 적합성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당분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적합성이 높게 나타났지만, 전기차는 에너지 밀도 개선과 높은 차량 가격의 문제로 인해 당분간 시장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중국과 같이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국가조차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자리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4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선언한 프랑스, 영국과 같은 유럽도 아직까지 1% 정도의 판매 비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차 가격과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배터리 성능 개선 등 아직까지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세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각국 정부의 다양한 정책 지원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면 그 시기는 예상보다 빨리 도래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20세기 산업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자동차는 시간과 공간을 단축시켜 경제적인 효율성 제고와 인류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자동차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환경오염 문제와 줄어들지 않는 자동차 사망 사고, 실제 이용률이 4%에 불과한 비효율적인 기계라는 점 등은 자동차산업이 변화해야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가 있으며, 자율자동차와 공유경제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실로 100년만의 대 변혁기에 접어든 것이다.

기존 자동차산업이 기계와 금속산업을 중심으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이었다면, 변화의 시대에는 IT와 서비스산업이 자동차 관련 산업을 이끌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새로운 연관 산업이 거미줄처럼 파생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자동차산업은 스마트폰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신규산업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에 개발에 대한 지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도래할 자동차 관련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이 친환경·자율자동차, 공유경제의 키워드를 가지고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자동차 산업 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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