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여신관리에 연체율 30% 넘는 P2P업체 수두룩
투자사기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시장 신뢰도 추락
"문닫는 P2P업체 속출…우량 업체도 버티기 힘들어"

▲ P2P대출 투자사기와 경영진의 횡령 등 도덕적 해이는 물론 일부 P2P업체들의 부실한 여신관리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갈수록 추락하면서 P2P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수년 전만 해도 중금리대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P2P(개인 간 거래) 시장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P2P대출 투자사기와 경영진의 횡령·잠적사태가 연이어 터지며 '무법천지'로 전락한 데다 일부 업체들의 부실한 여신관리로 대출 연체율은 위험수위로 치솟고 있다. P2P금융 법제화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 가운데 P2P업계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환골탈태'하지 못하면 시장 자체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하면서 생존위기에 몰린 P2P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2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45개 회원사의 누적대출액은 3조8526억원으로 전월(3조6302억원)에 비해 6.13%(2224억원) 늘었다. 이들 회원사의 누적대출액은 지난 2017년 6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고, 지난해 11월에는 3조626억원을 기록하며 대출 규모가 3조원대로 올라섰다. 

항목별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액이 1조2037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부동산담보대출(9785억원), 매출담보대출(5560억원), 동산담보대출(3257억원), 자산유동화담보대출(2857억원), 기타부동산담보대출(2830억원), 신용대출(141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P2P대출은 출범 초기 스타트업이나 영세소상공인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대출 부실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4월 말 기준 P2P협회 소속 회원사의 연체율은 8.5%을 기록, 2016년 6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올해 1월 6%를 넘어선 연체율은 2월과 3월에 각각 7.54%와 7.07%를 보이다 4월에 8%대로 치솟았다. 

특히 일부 회원사의 연체율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높은 실정이다. 더좋은핀테크의 '더좋은펀드' 연체율은 100%에 달했고 썬펀딩(91.00%), 애플펀딩(76.17%), 소딧(65.77%), 비욘드플랫폼서비스(57.86%), 월드펀딩(56.10%), 스마트핀테크(43.00%), 펀디드(34.58%) 등도 30%를 넘겼다. 

일부 P2P업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P2P대출업체를 운영하면서 투자금 모집과 대출 과정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조작해 수억원을 빼돌린 프로그래머 출신 30대 대표가 지난 10일 사기 및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대표는 특정 대출차주와 유착해 별도 업체를 만들고, 투자금을 마음대로 다른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해 초에는 '연 20% 수익'을 내걸고 6800명에 162억원 규모의 투자사기를 벌인 P2P업체가 대표가 적발되는가 하면, P2P대출을 가장해 1000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횡령한 P2P대출 중개업체 임원들이 대거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문제는 P2P업체를 규제할 마땅한 관련 법규가 없어 투자자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대출상품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P2P대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 개정만으로는 P2P업체의 불법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P2P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진 불미스러운 사고는 관련 법규제가 미미한 상황에서 업권이 급격히 성장하며 발생한 일종의 성장통"이라며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P2P금융 법제화가 하루 빨리 마무리돼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P2P대출과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5건으로, P2P업체를 금융위 등록 대상으로 법제화하고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도록 내용이 주요 골자다. 

P2P업계는 한 가닥 희망이었던 법제화마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시행령까지 만들어지려면 법제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도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정도영업으로 연체율 관리에 힘써온 우량 업체들마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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