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갈등봉합이라지만 불안한 ‘조원태 체제’ 그대로 드러내
국토부 진에어 제재 해제 검토 악재일 수도…노조 반발 거세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주사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갑질과 진에어 불법등기이사 사태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원(ONE) 한진’을 꿈꾸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전무는 지난 10일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발령 받아 업무를 보고 있다. 조 전무는 지난해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는 등 이른바 '물컵 갑질' 파문 이후 대한항공 전무직에서 사퇴했다. 조 전무는 ‘에밀리 리'라는 이름의 미국 국적으로 외국인의 국적 항공사 등기임원 금지규정을 6년이나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 여파로 진에어는 제재를 받아 아직 신규노선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비판이 거세다. 한진칼 2대주주인 강성부 펀드(KCGI)는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의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해 주주와 임직원 등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전력이 있는 조현민 전무가 자신이 일으킨 각종 문제에 대한 수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에 복귀하는 것은 책임경영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KCGI는 "이번에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거액의 보수를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조 전무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한진칼의 이사회가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진에어 직원들도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2018년 4월 조현민의 물컵 갑질과 외국인으로 등기이사를 재직한 사실이 밝혀지며 면허취소의 위기를 겪었다"며 "직원이 뛰쳐나가 면허취소는 막아 냈으나 국토부 제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진에어 지분의 60%을 보유한 1대 주주 한진칼 전무로의 복귀는 곧 진에어를 사실적으로 지배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며 “외국인 신분으로서 진에어의 직접 경영의 길이 막히자 우회적으로 진에어를 소유하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도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직책이 바뀌어도 갑질은 반복된다”며 조 전무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족벌 경영의 한계”라며 “‘한진그룹 방지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조원태 회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조 회장이 강력한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해 부정여론에도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현재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5.98%에 달한다. 반면 한진그룹 총수일가 지분은 고 조양호 전 회장(17.84%),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총 28.95%다. 조 회장이 부친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손실없이 그대로 물려받지 않는 이상 사실상 단독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셈이다. 결국 이번 인사도 이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이번 조 전무의 복귀로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한진칼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은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번 인사는 그동안 경영권을 노려온 KCGI에 ‘반성없는 재벌개혁’이라는 확실한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이번 인사로 그룹 지배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외부 공세를 막아낼 힘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조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원 한진’ 실현은 그만큼 멀어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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