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업종별 차등화‧동결” vs 노동자 “여전히 부족 더 올려야”
일각선 “공청회 토론장 재벌은 빠지고 을과 을끼리 싸워” 비판도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인상률을 둘러싼 주체별 샅바 싸움과 여론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용자측은 최저임금이 최근 2년 사이 20% 이상 오른만큼 올해는 최소한 동결로 마무리돼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측은 올해 더 획기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말 첫 전원회의를 개최한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공청회를 통해 현장의견을 청취하고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인 오는 27일까지 전원회의와 전문위원회 등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도 노동자와 사용자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막판까지 상당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고시일인 8월5일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결론이 나야한다.

14일 대구고용노동청 회의실에 열린 내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도 양측간 입장은 팽팽하게 갈렸다.

사용자 대표로 나온 박석규 옥외광고협회 대구지회 부회장은 "인건비, 자재비가 올랐는데 임금마저 오르다 보니 기존 인력을 줄이고 신규 채용도 불가능하다"며 "결국 가족끼리 업체를 꾸려나가고 있다.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경섭 대구 외식협회장도 "음식값, 식자재 가격 다 오르고 있다. 물가가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데 인건비가 똑같이 책정돼 업주들이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가 소상공 자영업자를 폐업으로, 범법자로 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노동자 대표들은 더 강력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저임금으로 사는 청년 근로자는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한 주거비나 공과금은 못 줄이니 결국 식비 등을 줄여야 한다"며 "삶의 질과 관련된 데는 돈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영태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올해 최저임금으로 근로자 월 평균소득을 보장하기에는 벅차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는 것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 변화를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만큼 획기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날 공청회가 재벌이나 중견기업은 빠지고 사실상 을과을의 싸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중소기업도 현재 업종별 차등화나 최소 동결을 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상폭이 윤곽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신중모드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오른 만큼 올해는 동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하지만 이제 막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된 만큼 일단 좀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공동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관련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