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에서 창조가 이뤄져…U20월드컵서 한국축구 새장 열어

한국 U-20 축구대표팀이 ‘U-20월드컵 폴란드2019’에서 ‘아름다운 준우승’을 차지해 한국 축구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우리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치러진 우크라이나와 대회 결승전에서 전반 5분 만에 이강인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내리 3골을 허용, 1-3으로 패했다. 참으로 아쉬운 한 판이었다. 그러나 잘 싸웠다. 고맙고 장하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서 한 명의 ‘축구천재’를 발견했다. 18세 이강인 선수. 그는 ‘2골 4도움’을 기록했다. 페널티킥 2골에 오세훈 이지솔 조영욱 최준 선수의 득점을 도왔다. 최다 공격포인트를 달성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 준우승을 했음에도 이번 대회를 가장 빛낸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의 주인공이 됐다.

이강인은 1958년 스웨덴에서 개최된 제6회 월드컵에서 하루아침에 세계적 스타로 부상했던 브라질의 17세 펠레(Pele) 선수를 연상시킨다. 펠레가 대표선수로 활약하는 동안 브라질은 세 차례 월드컵(1958년 스웨덴 1962년 칠레 1970년 멕시코)에서 우승함으로써 우승컵인 줄리메 트로피를 영구히 간직하게 됐다. 그는 ‘축구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펠레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축구경기에 완전히 몰입했던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참을 뛰었는데도 온몸이 고요하게 변하는 걸 느꼈어요. 황홀경이라고 할까. 공을 몰고 상대팀 어느 선수가, 아니 그 팀의 모든 선수들이 한꺼번에 방어해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거예요.”

스포츠에서 ‘인더존(in the zone)’이란 말이 있다. ‘몰입’, ‘무아지경’을 의미한다. 참선(명상)의 삼매(三昧·수행의 한 방법으로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 하여,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와 유사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완전 몰입하게 되면 무아지경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in the zone’이다. 축구의 경우 ‘삼매축구’다.

펠레처럼 ‘삼매축구’를 하는 선수는 시야가 넓다. 항상 시선은 몸과 함께 공을 따라간다. 상대 선수의 몸짓을 보고 공이 어디로 가는지도 안다. 도움을 줄 경우 어느 쪽, 누구에게 패스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안다. 몸과 공이 일체를 이룬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자로 잰 듯이 크로스와 패스를 한다. 자신이 직접 골을 넣을 수도 있지만 누가 골을 넣는데 최적임자인지를 찰나의 순간에 동물적 감각으로 파악해 패스해주는 것이다. 페널티킥을 할 때도 마음이 차분하다. 골키퍼의 몸의 파장을 통해 공격지점을 파악해 골을 성사시킨다. 골문이 크게 보인다. 공수전환도 빠르다. ‘삼매축구’ 선수가 뛰면 축구장이 가득 찬다. 관중의 시선이 그에게 모두 쏠리기 때문이다.

이강인 선수가 바로 그랬다. 이번 대회에서 ‘삼매축구’를 보여준 것이다. 두 번의 페널티킥을 성사시켰을 때, 준결승전에서 최준 선수에게 도움을 줄 때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강인은 과거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도한 ‘달려라 슛돌이’ 출신이다. 7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선수의 기량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 15일 KBS 2TV가 특별 편성한 ‘달려라 슛돌이 이강인’에서 이강인은 다른 선수들과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줬다. 필자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이강인의 발재간은 뛰어났다. 당시 어린 그는 ‘삼매축구’의 싹을 보여줬다.

스포츠의 ‘in the zone’은 몰입이다. 몰입은 여러 가지 활동에 분산된 관심과 에너지를 중요한 한 곳에 모아서 집중하는 것이다. 황농문 서울대 교수는 ‘몰입 두 번째 이야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활동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는 것은 그 활동과 관련해 시냅스(synapse·뇌세포의 축삭 끝부분과 다른 세포의 접합부)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진 활동에 숙련될수록 시냅스가 많아지므로 숙련도가 높아지면 몰입도 또한 높일 수 있다.”

황 교수는 몰입도를 높이는 7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관련된 내용에 대해 동료나 부하직원, 혹은 상사와 가볍게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을 한다.  걸으면서 생각하거나 대화를 하면 몰입이 잘 된다.  관련된 내용의 소리파일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면 쉽게 몰입도가 올라간다.  주어진 문제를 생각하다가 졸릴 경우 10~20분 선잠을 자고 나면 몰입도가 불연속적으로 올라간다.  직장에서의 업무수행에 대한 부담, 스트레스 및 위기감을 몰입도를 올리는 데 활용한다.  산만할수록 몰입도를 올리기가 어렵고 몰입도가 높을수록 몰입도를 올리기가 쉽다.  규칙적인 운동은 몰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공부나 사업도 마찬가지다. 몰입에서 진도가 나가고 창조가 이뤄진다. 그리고 그 몰입은 지속적인 ‘올바른 연습(반복, 되풀이)’을 통해 이뤄진다. 적어도 10년의 ‘올바른 연습’을 통해 한 분야의 전문가 반열에 오른다. 이강인 선수가 10년 만에 ‘삼매축구’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안데르스 에릭슨은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실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제22회 카타를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도 ‘삼매축구’를 터득해 결승에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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