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회장 한마디에 와인·김치 고가 매
‘제왕적 재벌 문화’ 민낯 고스란히 드러내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간암 병보석 중에 술·담배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7년여만에 구치소로 되돌아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이번엔 일감몰아주기 부당이익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김치와 와인을 사라는 이 전 회장의 지시에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따랐다. 총수일가 말 한마디가 곧 법이 되는 국내 족벌경영과 기업사유화의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휘슬링락CC(티시스)'이 만든 김치를 터무니없는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는 합리적 기준 없이 와인을 사들인 사실을 적발해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14년 4월부터 김치를 위탁 생산해 각 계열사에 구매량을 할당, 판매했다. 계열사들은 직원 복리후생비, 판매촉진비 등 회사비용으로 김치를 시중가보다 3배 넘는 가격에 사들여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해당 김치는 식품위생법 기준도 맞추지 않은 ‘불량 김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 등 일부는 김치 구매 비용을 회사 손익에 반영하지 않기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전용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후광으로 불량김치를 3배에 팔아치운 ‘봉이 김선달’ 휘슬링락CC(티시스)의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티시스는 2013년 당기순손실이 71억원에 달했지만 2014년 순이익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 2016년 순이익 16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휘슬링락CC의 김치 부문 영업이익률은 43.4~56.2%로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의 10배에 달한다. 메르뱅 순이익도 2015년 5억7000만원에서 2016년 12억4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그 수익의 대부분은 이 회장 일가에게 돌아갔다. 2년여 동안 김치와 와인을 팔아 총수일가가 배당 등으로 챙긴 부당이익은 최소 33억원에 달한다. 전형적인 재벌가의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 전 회장이 계열사 기회비용을 유용하면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셈이다.

이에따라 이 전 회장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이미 400억원대 횡령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3년을 받은 상황에서 횡령 규모가 늘어난 셈”이라며 “일벌백계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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