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존재이유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작년 9월부터 10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원자력연구원이 방폐장으로 보낸 방폐물 2600드럼 중 약 80%에 해당하는 2111드럼에서 핵종 농도 정보가 잘 못 됐음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의뢰로 원자력연구원이 수행한 원자력발전소 방폐물 분석 데이터 3465개 중 167개에도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오류 값을 보정한 뒤에도 원자력연구원 및 원전 방폐물은 방폐장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의 관리부실로 인해 이런 오류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원이 시료 데이터의 값과 측정·분석 결과를 잘 못 입력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써 오류가 생긴 사례가 있었다. 일부 드럼의 시료 데이터는 관리 시스템에서 누락돼 있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의 핵종 분석 업무 처리 절차가 체계화돼 있지 않고 규정이 미흡한 점을 관리부실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분석 오류를 잡아낼 검증 절차도 없었으며 방폐물 처리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도 부족했다.

원안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원자력연구원과 방폐장 운영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각각 통보했다. 또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환경공단에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으며, 다음 달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논의키로 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방폐물 관리를 소홀히 해 수차례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연구원은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을 빗물관으로 흘려보냈고 방사선 관리구역 안에서 쓴 장비를 무단으로 매각했다.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콘크리트와 흙을 연구원 안에 방치하거나 몰래 묻기도 했다.

이에 원안위는 2017년 연구원에 과징금 19억2500만원과 과태료 5600만원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연구원은 핵연료 물질을 허가 없이 보관해 작년에는 총 1억500만원의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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