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는 뒷전…당원·인재 영입 경쟁만 벌여

“아는 지인께서 ㅇㅇ지역 거주하시면 성함하고 휴대폰 연락처를 알려주십시오.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입당원서에 1000원 이상 당비를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더불어민주당의 ‘온라인 당원가입’ 권유 문자다. 자고 일어나면 이런 문자가 수없이 날라 오고 있다. 2020년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들이 보낸 문자인 것이다. 현역 의원도 보내고 출마희망자들도 보낸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본선보다 요즘이 더 힘들다”고 했다. 서울 북부의 한 지역에서 출마를 희망하는 전직 청와대 비서관은 하루 종일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기존 지역위원회 조직을 장악하면 후보경선을 쉽게 통과했다. 그래서 현역들이 유리했다. 그러나 21대 총선부터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초짜 출마 희망자도 ‘권리당원’을 온라인으로 많이 확보하면 기존 경선판세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역의원을 비롯해 출마 희망자들이 너도나도 기존 당원이 아닌 일반인 유권자들을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입당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민주당 ‘당규 제2호’의 ‘당원 및 당비규정’에 따르면, ‘권리당원’이 돼야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선거권을 갖는다. ‘권리당원’은 지역당원(해당 시·도당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해당 시·도당이 관리하는 당원)과 정책당원(노동·온라인·직능·재외국민 등의 부문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중앙당이 관리하는 당원)이 당규로 정한 당비를 납부한 당원을 말한다. 즉, ‘권리당원’은 “권리행사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한 권리당원 중 권리행사 시행일 전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공직 및 당직 선거를 위한 선거인 자격 및 추천을 위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당원 및 당비규정’에 따라 휴대폰 CMS계좌이체 현금납부 등의 방법을 통해 매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해야 후보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21대 총선의 민주당후보를 결정하는 후보경선의 선거권을 갖는 ‘권리당원’의 입당 시한은 오는 7월31일까지다. 이날이 지나면 ‘권리당원’으로 입당해도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30여일 남았다. 그래서 요즘 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선 ‘권리당원’ 입당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의 ‘권리당원’ 가입권유 활동은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 효과를 얻고 있다. ‘권리당원’ 가입권유를 위해 유권자들을 접촉해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순수한 정당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시점에서 바람직한 일인가.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 의원들이 지역위원회 경선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발족한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가 박찬호 KBO 국제홍보위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이자 ‘쏘카’의 이재웅 대표 등 ‘2000명 인재영입 리스트’를 작성하고 영입작업에 나선 것도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당사자들의 사전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무조건 ‘침’부터 먼저 발라놓고 한국당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164명을 1차 영입대상으로 분류, 9월 말까지는 결과물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인재 영입 코미디’란 비판을 받고 있겠는가. 사전 의사타진도 없이 ‘짝사랑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 게다가 ‘국회공백’의 장기화에 대한 1차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국회부터 열고 인재영입은 조용하게 추진해야 한다. 19대 총선 때 귀화여성 이자스민 의원, 20대 총선 때 바둑기사 조훈현 의원 등 사회적 명망가를 영입해 과연 민생 개혁입법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는가. 빛나는 의정활동을 벌였는가. ‘깜짝 영입’으로 잠시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들어 국회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본회의를 딱 세 번 열었을 뿐이다. 3월 국회는 늦게 열려 성과를 내지 못했고, 4월 국회는 ‘빈손’이었다. 6월 국회도 ‘반쪽’, ‘빈손’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4월 25일 국회에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심의는 착수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국회가 이대로 가다간 1만4000여건의 미처리 법안도 무더기로 폐기될 수 있다.

‘국해의원(國害議員)’과 ‘노는 국회’를 견제해야 한다는 국회의원 스스로의 목소리가 높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민의 직접 참여를 늘리겠다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국회 파행을 막고자 국회를 열지 않으면 교섭단체인 정당에 국가에서 지급하는 경상보조금을 감액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며 현재 의원 봉급의 50% 반납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

‘권리당원’ 가입 권유, 인재영입 작업은 국회 정상화 이후의 일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 활동이 입법 활동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국회법에 따른 국회 정상화에는 조건이 붙을 수 없다. 정당의 이익을 위해 국회를 마비시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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