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총수신 1670조원 돌파…정기예금 8.9조원↑
저축은행 수신 증가세도 가팔라, 7년여만에 60조원 넘겨
마땅한 투자처 없어 '안전자산' 정기예금으로 자금 유입

▲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정기예금에 몰리면서 은행권의 수신 규모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의 수신 규모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정기예금에 몰리면서 지난해 은행 총수신은 91조원 이상 증가했고, 올해에도 28조원 가량 늘며 수신 잔액이 1670조원을 넘어섰다. 또한 높은 이자를 앞세운 특판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몰이에 나선 저축은행업계의 수신액도 저축은행사태 이후 7년여만에 60조원을 넘어서는 등 수신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670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7조7000억원 늘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기업자금 유입으로 한달 새 3000억원 증가했고, 특히 정기예금은 지방정부자금 유입 등에 따라 8조9000억원 크게 늘었다. 

수신 종류별로 보면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이 615조3000억원, 정기예금은 699조2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는 24조2000억원, 은행채는 2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수신 규모는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총수신 증가 폭은 79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91조6000억원 확대됐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수신 증가 폭은 27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정기예금으로 몰린 영향이다. 

특히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기예금에 유입되는 자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29조3265억원(이달 13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지난 1월(605조5474억원)에 비해 23조7788억원(3.9%) 증가한 수준이다.  

정기예금은 가계나 기업이 일정 기간 은행에 돈을 넣어둔 뒤 약정된 이자를 받는 저축성 예금이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증식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지만, 은행에서 돈을 빼더라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만큼 일단은 낮은 금리라도 안전한 정기예금에 돈을 넣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있는 데다 자본시장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장기화 속에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까지 겹쳐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저축은행업계의 수신액도 크게 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60조8770억원을 기록, 2011년 12월(63조107억원) 이후 7년 1개월 만에 다시 60조원을 넘겼다.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1~2% 높은 이자를 제공하면서 단기간 수신 규모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2016년 말 45조704억원이었던 수신액은 2017년 말 51조1815억원으로 6조1111억원(13.56%) 늘었고, 2018년 말에는 59조8102억원으로 1년새 8조6287억원(16.86%) 확대됐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69%로 은행(2.13%)보다 높았다. 또한 고액 예금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저축은행이 파산했을 경우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순초과예금 규모도 7조원에 육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2% 안팎에 머물면서 과거처럼 짭짤한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은 정기예금으로 유입될 공산이 크다"며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 예금주가 많은 저축은행도 수신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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