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 모바일 세계 1위 성장…삼성은 스스로 기회 날려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자신의 최대 실수로 구글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출시할 기회를 준 일을 꼽았다. MS는 모바일 영토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현재 존재감은 미미하다. 구글에 앞서 안드로이드사가 투자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한 삼성 역시 속이 쓰리기는 매한가지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삼성폰은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23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의 보도에 따르면 게이츠는 지난주 자신이 후원하는 벤처캐피털 회사 '빌리지 글로벌' 주관 행사에서 이 같이 고백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세계, 특히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의 시장으로 최대의 실수는 그것이 무엇이든 내 잘못된 경영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드로이드가 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당연히 차지해야 할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그곳(시장)에는 딱 하나의 비(非)애플 운영체제를 위한 자리만 있다. 그 가치는 4000억달러였는데 G회사(구글)에서 M회사(마이크로소프트)로 이전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구글은 2005년 최소 5000만달러에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한 뒤 2007년 새로운 모바일 OS를 발표, 전세계 모바일 시장을 장악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모바일 OS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75.27%로 1위, 애플 iOS가 22.74%로 2위다. MS 윈도의 점유율은 0.24%, 삼성 타이젠은 0.22%에 불과하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위력은 최근 미중무역갈등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최근 미 상무부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린 뒤 구글은 화웨이에 대한 안드로이드 기술적 지원 등을 중단했고 화웨이는 그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빌 게이츠의 후회는 삼성전자에게도 적용된다. 2003년 10월 안드로이드사를 창업한 루빈 부사장은 자본 유치를 위해 삼성을 찾았지만, 삼성 임원들은 투자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품에 안았다면 현재 구글과 위치가 뒤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당시 상황에서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e삼성 실패’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00년 'e-삼성'과 'e삼성 인터내셔널'을 설립하면서 소프트웨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고, 이후 삼성 계열사들이 관련 회사 지분을 떠안으면서 그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오너의 투자 실패 이후 삼성이 안드로이드 투자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풀이였다.

안드로이드 투자를 거절한 삼성은 이후 하드웨어 개발에 매진했고 현재 갤럭시S는 애플 아이폰과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현재 중국업체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으며, 무엇보다 하드웨어 시장이 이미 포화로 가면서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고성능과 스펙이 흥행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절박해진 삼성도 자체 OS 바다(타이젠) 등 소프트웨어 육성에 나섰다. 자체 OS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출시했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OS 시장에서 현재 그 존재감은 미미하다. 지난 2016년 삼성 사내방송 SBC의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불편한 진실’편은 삼성의 이같은 고민을 잘 드러냈다. 당시 영상은 삼성의 부족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지적하면서 변화를 주문했다. 안드로이드를 스스로 걷어찬 당시 경영진의 결정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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