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민호 기자] 최대주주 지분이 많은 기업일 수록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6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 170곳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이 40% 이상인 기업군(93곳)의 핵심지표 이행률은 49.7%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최대주주 지분이 40% 미만인 기업군(77곳)의 이행률(58.4%)보다 8.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는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화됐으며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으로 구분해 권장사항 15개 핵심지표의 준수 여부를 'O, X'로 표기하게 했다.

이 연구소는 이 공시 내용을 기준으로 핵심지표 이행률을 따졌다.

연구소는 "최대주주 등 지배주주의 지분 비중이 작을수록 주주친화적인 지배구조에 긍정적인 것으로 이해된다"며 "지배주주 지분이 집중될수록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30대 대기업집단 중 금융그룹 3곳을 제외한 27대 그룹 소속 상장 계열사(96곳)의 핵심지표 이행률은 54.1%로 전체 기업의 평균(54.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룹별로는 두산[000150](공시 계열사 5곳)의 이행률이 66.7%로 가장 높고 SK(65.8%, 8곳), 삼성(62.7%, 10곳), LG(62.2%, 9곳), CJ(61.7%, 4곳), 현대산업개발(60.0%, 2곳)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평가가 가장 낮게 나타난 그룹은 핵심지표 이행률이 16.7%에 그친 영풍(2곳)이었으며 한국타이어(33.3%, 2곳), 세아(37.8%, 3곳), 한진(44.4%, 3곳), 현대차(45.8%, 8곳), GS(46.7%) 등도 50% 미만이었다.

연구소는 "10대 주요 그룹 중 경영권 승계 과정 중에 있는 현대차, 한진, GS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 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이며 특히 한진과 GS그룹은 주주 부문 핵심지표 이행률(각각 0.0%, 8.3%)이 현저히 낮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보면 핵심지표 이행률이 100%인 기업은 SK텔레콤과 POSCO였으며 민간 총수가 없는 9개 기업(POSCO, 포스코인터내셔널, KT&G,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포스코강판, 강원랜드)이 상위 20위권에 들었다.

이행률 하위 10개사는 영풍(6.7%), 다우기술(13.3%), 영원무역홀딩스(20.0%), 대상홀딩스(20.0%), 아모레퍼시픽(26.7%), 휠라코리아(26.7%), AJ네트웍스(26.7%), 대상(26.7%), 아이에스동서(26.7%), AK홀딩스(26.7%) 등이었다.

연구소는 "특이한 점은 하위 20개사 중 9개사가 지주회사(7곳)이거나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라며 "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다른 기업보다 더 양호할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실제 평가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지주사 설립이 지배구조 개선 차원보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 해소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시행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핵심지표 이행률과 투자지표와의 연관성을 살펴본 결과로는 시가총액과의 연관성(상관계수 0.19)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자기자본이익률(ROE)과의 연관성(상관계수 0.08)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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