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엔 자주 등장하더니 리더십 필요할 땐 사라져
초고속 승진으로 부사장 올랐지만 경영능력검증 남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청와대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 화제다. 공식 경영승계가 완료된 것도 아니고 대주주도 아닌 38살 젊은 부사장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됐던 현대중공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체제가 끝나고 오너경영이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회장님’ 문턱까지 다가선 정 부사장에겐 아직 경영능력검증 문제가 남아있다. 정 부사장이 호재성 이슈에는 자주 등장하면서도 리더십과 책임이 필요한 곳에선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30대그룹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삼성·현대차·SK·LG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 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정기선 부사장이 오너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에 앞서 정 부사장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와의 회담 이후 진행된 오찬에도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부사장은 사우디 사업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이 이처럼 그룹 간판으로 나서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실상 경영권 세습 마무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에 대우조선과 합병으로 ‘메머드급 조선사’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직원 수천명을 내보낸 희망퇴직으로 몸도 가벼워졌다. 이제 정 부사장은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5.80%)의 지분을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물려 받기만하면 된다. 이미 정 이사장과 정 부사장은 지난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수천억을 대출받아 거액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경영능력검증 문제가 남아 있다. 정 부사장은 2009년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 후 2013년 부장직급으로 재입사한 뒤 2014년 상무, 2015년 전무, 2017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일반 직장인들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로, 전형적인 재벌 금수저 승진 케이스로 평가된다. 하지만 자기만의 경영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최근 대규모 수주나 유망 사업진행등 호재성 이슈에 정 부사장의 이름이 부쩍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사실상 ‘예비 회장님’ 띄우기라는 것. 이번 청와대에 그동안 얼굴 역할을 해왔던 권오갑 부회장 대신 그가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반면 그는 최근 노조와의 마찰이 있었던 물적분할 등 오너의 리더십과 책임 필요한 상황에서는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않았다. 노조는 그동안 이번 물적분할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관문이지만 실제로는 승계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청와대 간담회와 관련 “눈에 띄는 참석자는 불과 입사 4년 만에 부사장직에 오른 정몽준의 아들 정기선 부사장”이라며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그룹 방침으로 정한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권오갑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왔는데 정 부사장이 그룹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청와대의 행사에 참석한 이유가 청와대가 오너의 참석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 재벌총수의 자녀라고해서 회사 내의 최고 경영자를 제치고, 대통령을 만난 것은 전형적인 후진적 황제 경영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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