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좋아도 대기업 하청업체틀 못깨는 왜곡된 산업구조 손질해야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도 생산 중단이나 납기 지연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하지만 일본의 위협을 무마시킬 수 있는 부품 소재 국산화에 중소기업들이 견인차 역할을 해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강화는 물론 그동안 우수한 기술력을 갖춰도 대기업 하청업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번 일본 수출 규제를 보는 중소기업들의 표정은 어둡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269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가운데 59%가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어 3~6개월 정도만 견딜 수 있다는 응답은 30.1%, 3개월 미만만 버틸 수 있다는 응답도 28.9%를 차지했다.

특히 조사 기업의 46.8%가 '대책이 없다'고 응답해 현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국내 개발이나 제3국을 통합 수입도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응답이 42%, 6개월~1년이 34.9%를 차지했고 6개월 내 해결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23.1%에 불과했다.

이처럼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일본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등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소재 국산화를 궁극적인 해법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제 개편안에 기업 활력 제고와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신성장기술 R&D 위탁연구개발비 인정 범위 확대 등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본이 위협한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기업들의 기술개발 부담을 줄인다는 포석이다.

중소기업의 역할론이 주문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중소기업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재 부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엔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이 크다”며 그는 “정부와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이 협력해 우리 소재 부품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재 국산화에 중소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력 좋아도 대기업 하청업체으로 전락하는 대기업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재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먼저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 소재 국산화는 이미 오랫동안 강조돼온 이야기”라면서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세계적 혁신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납품을 빌미로 기술을 훔쳐나거나 턱없이 낮은 납품단가를 요구해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하청업체로 전락한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드문 지, 왜 해마다 대기업들은 수십조의 흑자를 내는데도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쪼들리는지 잘 생각해 보라”며 “이번 일본 수출 규제 사태 같은 곤혹스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제도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석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우리 부가 자체적으로 검토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 간 공조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조 등 튼튼한 연대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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