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日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한 대비책 세워 대승
경제 도발 글로벌 전쟁 비화 가능…일본도 두려워 할 것
조금 불편하더라도 극복해낸 뒤의 성취감은 국민적 큰 자산

일본의 졸렬하고 비열한 경제 도발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야당의 비난이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에 대한 조소로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은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고 하자 자한당의 정미경 최고위원이 이를 빗대 “세월호 한 척을 갖고 이긴 문재인 대통령이 더 낫다는 댓글이 있다”며 조롱조로 비난한 것이다.

정미경 최고위원의 말에는 구체적으로 담겨있지 않지만,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생각은 “지금은 우리가 약자이니 일본에 대항해 싸우지 말고 굴복해 위기를 넘기자”는 정도로 읽힌다.

일본이 오랜 준비 끝에 우리의 급소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굽히고 들어가야 일본이 꺼냈던 무기를 집어넣을까. 지나치게 일본에 우호적인 생각을 드러내 토착 왜구라고 조롱받는 일부 인사들에게는 약소국 마인드와 외세 의존적인 잠재의식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이순신의 열두 척 뒤에 감춰진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순신이 활약한 임진왜란은 왜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시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갑작스럽게 단행한 전쟁이었다. 아베 내각이 자국 내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갑작스럽게 경제 제재 도발을 단행한 배경과 유사하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땅을 밟은 왜군 병력은 1592년 4월에 단행된 1차 침략 때만 20만명이 넘었고, 2차 침략인 1597년 초 정유재란 때는 15만명으로 도합 35만명에 이른다. 물론 그 병력들은 모두 배를 타고 건너왔다. 그 많은 병력을 수송한 함선의 수는 얼마나 됐을까? 2000~3000척은 됐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선박 수는 얼마나 됐을까? 달랑 열두 척이었을까? 이순신의 열두 척이 갖는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대부분 조선의 전함 규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겠지만, 7년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조선 수군이 건조한 선박도 최소한 1000척은 넘었다. 

왜는 치밀하게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건조한 선박이고, 조선은 갑작스러운 침략을 맞아 이에 대응하는 힘든 상황에서 건조한 선박 수다.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고, 그만큼 조선의 대응 능력이 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당대 최고의 전선인 거북선도 지니고 있었다.

이순신의 열두 척도 그가 모함을 받아 파직돼 있는 동안 무능한 장수가 왜군에게 패해 파괴되고 남은 선박 수다. 하지만 이 열두 척에 한 척을 보태가지고 나선 1597년 9월16일의 명량해전에서 이순신은 왜군을 무찌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육군에 대한 보급을 위해 서해로 향하던 300여 척의 왜군 함선을 대파한 것이다.

이순신은 어째서 12척의 전함을 갖고 300여척의 왜군 함대와 싸울 생각을 했을까? 왜 수군의 급소를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이 해전을 다룬 영화에서는 전투를 앞두고 고뇌하는 모습을 길게 다루지만 이는 드라마적인 요소일 뿐, 실제로는 치밀한 분석 끝에 약점을 정확히 찾아냈기 때문에 선박 수만 많은 왜 수군 자체를 대단하게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순신이 왜의 수군을 허접한 하수로 보았다는 사실은 1598년 8월 도요토미가 죽자 황급히 철수에 나선 왜 수군의 퇴로를 차단하고 끝까지 붙들고 늘어진 데서도 나타난다. 그 해 11월 노량에서 도망치는 왜의 전함 300척 가운데 200여 척을 격침시킨 것이다. 이 전투에서 불행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게 할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일본이 우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니 일본에 사죄하자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었다면 12척만 가지고 300척의 왜 수군과 싸우고, 도망치는 왜군을 굳이 막아서서 철퇴를 가할 수 있었을까. 이순신의 마음가짐을 지닌다면 무릎 끓기보다는 상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꺼꾸러트릴 것이다.

이순신이 활약한 임진왜란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가진 게 많다. 일본으로 인해 우리가 당장의 손해를 본다면, 우리로 인해 손해 보는 나라들도 많을 정도로 글로벌 영향력이 적지 않다. 임진왜란은 국지전이었지만 이번 경제 도발은 글로벌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도 내심 이를 두려워 할 것이다.

경제력은 아직 일본에 비해 약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수출총액은 6043억달러로, 일본 수출총액 7384억달러의 81.9% 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제 약소국 논리는 맞지 않다. 미국을 상대로 놓고 보면 일본은 물론, G2로 떠오르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약소국이다. 지나친 약소국 논리로 접근하거나 외세의존적인 해법을 당연시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관계에서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당장의 손해를 멈추기 위해 굴복했을 때 국민이 받을 자존심 손상과 충격은 극복이 안 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극복해낸 뒤의 성취감은 국민적인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일본에 대한 굴복을 주장하는 세력은 국가의 어려움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집단이다. 어느 시대든 손해를 보더라도 싸움의 중심이자 주역은 국민이었다. 국민은 이번에도 견뎌낼 것이며, 일본의 도발이 패착임을 알게 해줄 것이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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