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개헌 발의선 확보에는 실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 등 연립여당이 21일 치른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하지만 개헌 발의선 확보에는 실패했다. 아베는 이번 참의원 선거유세에서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확실하게 헌법에 자위대라고 명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재집권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위대의 헌법 명기와 일본을 전쟁 수행이 가능한 ‘정상 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개헌을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헌법 개정은 그의 필생의 과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개헌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기존 의석을 포함해 160석을 얻었다. 개헌안 발의선인 164석에 4석이 부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은 향후 3년간 국가 간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 포기한다고 규정한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민심이 아베의 ‘침략야욕’에 제동을 건 셈이다.

아베의 한국에 대한 ‘침략야욕’은 뿌리가 깊다. 그 뿌리는 그의 지역구에 있다. 지역구는 야마구치현(山口県). 19세기 말 일본의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이끈 조슈번(長州藩)의 본토이자, ‘정한론(征韓論)’의 태동지다. 현대 일본 보수정치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1대 총리를 비롯해 일본 총리를 도쿄 다음으로 많이 배출했다. 조슈번이 현대 일본의 정 재계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조슈번의 핵심 인물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하급 사무라이 출신이지만 극단적인 우익사상의 창시자다. 1853년 미국 제독 매튜 C. 페리의 군함에 잠입하려다 적발돼 바쿠후(幕府)에 의해 수감돼 ‘유수록(幽囚錄)’을 썼고, 가택에 연금됐을 때는 일종의 기숙학교인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야마구치에 설립해 일본 군국주의의 핵심이 된 많은 인물들을 길러냈다.

바쿠후 타도와 왕정복고를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의 사상이 담긴 ‘유수록’에는 ‘정한론’이 정리돼 있다. 김형기 박사는 ‘일본의 민주주의’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조속히 군함을 만들어  홋카이도와 류큐를 귀속시키며  조선을 공격한 뒤  만주 대만 루손(필리핀)을 장악하며  중국을 제압하고 인도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조선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의하면 일본의 속국이었기 때문에 재복속시켜야 한다고 했다. 서구의 침탈로 입은 손해를 외부로부터 벌충하자는 그의 사상은 근대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적 제국주의의 원형이 그대로 담겨진 것이었다” 그리고 메이지 정부이후 일본의 정책은 요시다 쇼인이 주장한 그대로 이행됐다.

‘쇼카손주쿠’에서 요시다 쇼인에게서 배운 인물들은 조선병탄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비롯해 평민군대 기헤이타이(奇兵隊)를 조직해 바쿠후를 붕괴시킨 다카스키 신사쿠(高衫晋作), 청일전쟁 때 조선주둔군 사령관을 지낸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 육군원수·내각총리 2회 역임),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가쓰라 다로(桂太郞), 조선 초대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内正毅), 메이지 유신의 주역인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 명성황후 시해를 기획한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 조선공사, 아베의 외고조부 오시다 요시사마 등 침략주의적인 인물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요시다 쇼인이 가장 총애했던 제자는 다카스키 신사쿠였다. 그가 없었다면 바쿠후의 붕괴와 메이지 유신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다카스키 신사쿠는 이토 히로부미의 롤 모델이었다. 29세에 결핵으로 사망할 때까지 이토 히로부미는 그의 곁에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아베신조(安倍晋三)와 그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가 가장 존경했던 인물 역시 다카스키 신사쿠였다. 두 부자의 이름에는 다카스키 신사쿠(高衫晋作)의 ‘진(晋)’자가 들어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아베는 이처럼 지역 혈연으로 ‘정한론DNA’를 지니고 있다. 그의 ‘침략야욕’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아베의 지역구이자 에도 시대 조슈번의 성도(城都)였던 야마구치현 하기시(萩市)에는 ‘쇼카손주쿠’를 비롯해 요시다 쇼인 신사, 이토 히로부미의 옛집, 요시다 쇼인의 생가 터와 무덤-동상, 다카스키 신사쿠 집터-동상 등이 산재해 있다. 아베가 죠수번의 사무라이 출신들인 요시다 쇼인, 다카스키 신사쿠, 이토 히로부미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현장인 셈이다.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키 신사쿠의 ‘정한론’을 뼈 속 깊이 간직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아베는 지난 21일 아사히TV의 참의원 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정상회담을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침략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베의 ‘침략야욕’을 우리는 바로 봐야 한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의 ‘패도적 정한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담대한 정일론(征日論)’을 정립해 강력히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아베는 궤양성대장염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도쿄신문 서울특파원을 지낸 노가미 다다오키(野上忠興)는 ‘아베신조, 침묵의 가면’에서 이렇게 전했다. “아베는 지병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아사콜 외에도 부작용인 염증을 막는 스테로이드 등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약물 복용이 장기화되면 간장과 신장 등에 무리를 준다.” 건강문제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강하면 부러진다. 극양(極陽)에 이르면 극음(極陰)으로 바뀐다. 대자연의 이치다. 아베의 ‘정한론(征韓論)’은 시대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부러지거나 바뀔 것이다. 아베는 한국을 넘볼 게 아니라 건강이나 챙기기 바란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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