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일 한국 비하 방송 내보내지만 ‘밑바닥 흐름’ 알지 못해
극일운동, 보편성 결여된 ‘천하제일’ 지향하는 일본 향한 경고

일본에 대한 ‘분노’가 ‘폭염’을 압도했다.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규탄 4차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시민행동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 판결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가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 거부’이자 ‘부당한 보복 조처’라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말복 더위를 뚫고 광화문에서 백악산(북악산)까지 메아리쳤다. 

앞서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청소년문화예술센터 등 청소년단체들도 이날 오후 4시 옛 일본대사관에 모여 ‘10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경제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경제보복을 당장 중단하고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의 내면에 잠재해 있던 ‘극일운동(克日運動)’이 서서히 표출되면서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항일운동의 표현이자 자주독립운동의 발현이다. 이번 ‘극일운동’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끈 2016~2017년의 촛불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보다 뿌리가 깊고 거대하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 소식에 “한국 법무장관에 대일 강경파”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본의 TV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거의 80~90%가 한국을 비난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방귀 뀐 놈이 성낸 격이다. 한국인의 ‘극일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종교가, 사상가 혹은 정치 지도자 등이 아무리 정연한 이론으로 그럴싸하게 이론을 전개해도 그 밑바닥의 흐름은 언제 어디서든 일정한 방향을 향해 흘러간다. (중략) 이 흐름은 때로는 역류로, 소용돌이로, 혹은 정체(停滯)를 위장하면서 흐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역학적 법칙에 가까울 만큼의 정확성을 가지고 사회를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여간다.” 일본 문화에 정통한 김용운 한양대명예교수가 ‘일본인과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그런데 일본 언론은 바로 김 교수가 지적한 ‘밑바닥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 즉, 한국 사회의 저변에 도도히 흐르기 시작한 ‘극일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쉽게 시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 관광 자제’ 또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일본의 경제침략과 관련한 처신이 문제가 돼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우리 국내 기업인들이나 정치인들도 ‘극일의 흐름’이 일회적 현상이 아닌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보편성이 결여된 ‘천하제일’을 지향했다. 군사대국, 경제대국을 추구했다. 이는 ‘팔굉일우(八紘一宇·핫코이치우)’라는 침략성이 강한 슬로건으로 요약된다. ‘전 세계가 하나의 집’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일본의 ‘천황제 파시즘’의 핵심 이념이자 황국사관의 근본사상이다. 과거 일본이 세계 정복을 위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운 구호였다. 아베 총리와 그를 지원하는 극우단체 ‘일본회의’는 ‘팔굉일우’를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다. 때문에 2020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군국주의 냄새를 풍기면서 경제침략을 자행하고 있는 일본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왜소한 제국주의자’, ‘벼락부자주의자’라는 비판이나, 전범국가(戰犯國家)의 오명을 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일본 제국의 패망을 보는 듯하다. 

반면 과거 우리나라는 보편성이 충만한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진 것도 없고 힘도 없으면서 성리학적 이상(理想), 공생공영(共生共榮)의 세계적 보편성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적지 않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건전한 시민의식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스스로 신바람을 낼 수 있는 민족이다.

지금은 동녘에 여명이 떠오르기 직전이다. 그래서 힘들다. 지도자들이 깨어나야 여명 직전의 어둠을 쉽게 극복한다. 전 국민의 지혜와 에너지를 ‘극일’로 모아야 할 때다. 비우고 또 비우고 명상하고 또 명상할 때, 그 지혜는 저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에너지가 모아진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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