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세 미약하지만 한국 청년들에게 세계 진출의 희망 불어 넣어

▲ 오는 10월 남미 볼리비아 대선에 기독교민주당후보로 출마한 한국계 정치현 박사. 의사이자 목사인 그는 한국인 최초로 해외에서 대권주자가 된 인물이다.

남미 볼리비아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뉴시스와 BBC코리아,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한국계 정치현 박사(49)가 오는 10월20일 볼리비아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고 한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대권주자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비록 야당이지만 한국인이 볼리비아에서 대선후보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민족의 세계진출 역사에서 일대 획을 긋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볼리비아 기독교민주당(PDC)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하이메 파스 자모라(Jaime Paz Zamora) 전 대통령의 사퇴로 정 박사를 PDC의 대통령후보로 확정했다. 자모라 전 대통령은 건강 상 이유로 사퇴하면서 정 박사를 후보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박사는 2005년 일본계 미치아키 나가타니(Michiaki Nagatani)에 이어 볼리비아 역사상 두 번째로 아시아 출신의 대통령 후보다.

한국에서 태어나 12세 때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1992년 볼리비아에 건너간 정 박사는 대선후보를 등록할 때도 ‘Chi Hyun Chung’란 한국식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나 스페인 식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그는 볼리비아 수크레의 샌프란시스코 하비에르국립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외과의사이며, 현지에서 예수교장로회 국제연합총회장을 맡고 있는 복음주의 목사다.

정 박사의 한국 지인들에 따르면 그가 대선에 출마한 것은 지난 13년간의 공산주의체제가 볼리비아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볼리비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순종 ▲삶과 가족 존중 ▲기업가 격려와 사유재산 보호 ▲정의와 감사 ▲나태와의 싸움 등 기독교적인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박사는 특히 “볼리비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한국의 새마을 정신이 결합하면 빠른 시일 내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 박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아버지 정은실 목사다. 정 목사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가 파송한 선교사다. 순천 기독교 지도자들에겐 널리 알려진 인물. 그는 교사 출신의 부인과 함께 1982년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 정착, ‘교육선교-문화선교-농업선교’의 슬로건을 내걸고 선교활동을 벌였다. 기독교종합대학도 설립해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2개의 보건소와 병원, 그리고 500만평 규모의 노장을 소유할 정도로 상당한 재력도 지니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대통령은 2009년 볼리비아 빈곤극복과 교육·의료·복지 분야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정 목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정 박사의 대권가도는 쉽지 않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만만치 않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회주의운동당(MAS) 출신으로 2006년 이래 볼리비아의 대통령이다.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출신인 그는 식민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타파를 주장하는 독립주의자로서 ‘볼리비아의 체 게바라’로 불리며 원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처음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2009년과 2014년에 연임했다. 오는 10월 대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셈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면 2025년까지 20년간 집권하게 된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의 경제성장을 주도했고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했지만, 사법부 개입과 연속적인 대권 야망으로 민심을 잃었다. 야권은 연임을 위한 그의 재출마가 헌법을 위반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비판한다. 남미의 대표적인 강경좌파인 그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최악이다. 정 박사의 도전이 성공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에서 한국인이 대권주자가 됐다는 소식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해선 안 된다.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유니 소금사막 여행으로 유명한 볼리비아는 면적 1억985만8000㏊(세계26위), 인구 1137만9861명(세계82위), GDP 375억864만2112.9달러(세계91위)의 나라이다. 하지만 석유, 리튬, 철광석,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잠재력이 큰 국가다. 
 
정치현 박사가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우리의 국익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 청년들에게 세계진출의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그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오늘도 세계를 주름잡기 위하여!’라는 구호가 가슴을 때린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