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 금리 연계 파생상품 대규모 원금손실 불가피
금감원, 판매은행 등 합동검사…불완전판매 입증 주력
일부 투자자들 소송 제기도, '제2의 키코' 확산 가능성

▲ 일부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이 판매한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일부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이 판매한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관련 상품을 주로 판매한 우리·하나은행과 증권사, 운용사 등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예고한 데다 일부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해당 은행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분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DLF와 DLS의 판매액은 8224억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7326억원, 법인 188곳이 89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로 보면 투자금액이 1인당 2억원인 셈이다.

DLF와 DLS는 주요 해외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은행에서 DL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된 게 DLF다. 증권사에선 직접 DLS를 판매했다. 우리은행이 4012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하나은행 3876억원, 국민은행 252억원,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 13억원, NH투자증권 11억원 등이다.

이들 상품은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3.5∼4.0%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반면,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구간에 진입해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금감원은 아직 이들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지 않아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판매액 중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 7년물 및 미국 CMS(달러화 이자율스와프)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연동하는 상품이 6958억원으로, 영국·미국의 CMS 금리가 하락하면서 5973억원(총액의 85.8%)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만기까지 현 금리가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률은 56.2%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DLF·DLS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물론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 상품 운용사 등에 대한 합동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당국은 이번 검사에서 은행들이 DLF의 손실 가능성 등 투자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렸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위험 파생상품인데도 안전한 국채 투자라고 호도하거나, '원금 손실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 팔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DLF를 판매한 은행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객에게 충분히 알렸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이번에 문제가 된 DLF가 수익률의 상단은 제한된 반면, 기준치를 밑돌 경우 손실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대법원이 키코는 사기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경우 배상 책임이 있다는 금감원 입장과 이를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은행의 입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금감원은 DLF의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사례에 대해서도 배상을 권고할 가능성이 높은데, 해당 은행이 이를 거부할 경우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해당 상품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등을 이유로 집단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다음달 11일까지 모집 과정을 거쳐 투자자들을 대리해 해당 은행을 상대로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해당 은행들이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팔면서 고객들에게 제대로 위험성을 알렸는지가 분쟁거리로 떠오를 것"이라며 "다만 이 상품의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인 데다 법인에 사모형태로 판매된 것이 많은 만큼 '묻지마식' 투자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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