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결과에 따라 보상” 진정성 논란...여론 무마용 비판 거세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가해자 없는 살인사건’의 주 수면위로 떠오른지 8년만에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인지도 벌써 1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뒤늦은 사과는 사실상 말뿐인 사과였다. 이들은 재판 결과를 보고 보상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몸에 좋다는 아로마효과까지 홍보하면서 가습기메이트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올린 이들의 피해자 우롱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재수사 종료에 따른 사법처리를 대비한 여론무마용 사과아니냐는 물음표도 나온다.

지난 27일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가 개최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는SK는 가습기살균제 개발 시 유해성 연구를 의뢰해놓고도 결과가 나오기 전 판매를 시작했으며,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연구 보고서에도 제품을 계속 팔아 돈을 벌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거 은폐나 가습기특별법 도입 지연 시도 정황도 거론됐다.

이에 증인으로 참석한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진일보된 노력을 하겠다"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도 "모든 문제는 저희 쪽에 있고, 열심히 노력해 피해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데 힘쓸 것"이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 사과에 대한 평가는 차갑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작 구체적인 피해자 보상 방안과 관련해서는 모두 관련 재판 결과를 보고 결론짓겠다는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사과를 다시 주어담을 수도 있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진심과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실상 자신들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다가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피해를 입었음에도 전 정부의 부실한 유해성 검사를 근거로 도의적인 사과 한마디 없던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1400명여 명, 피해자는 6500여명에 달한다.

일각에선 이날 사과가 검찰의 관련자 기소에 따른 사법처리를 앞두고 여론 희석용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정에선 반성 유무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앞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서면서 보상은 재판결과에 따라 정하면서 최대한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애경은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실제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가습기 사태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인수자 평가시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8년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던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재판결과를 보고 피해보상을 결정하겠다는 이들의 말처럼 재판에서 이들의 유죄가 드러나면 법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내려 일벌백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그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경제, 사회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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