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비자발적 민주국가…미군정이 민주주의 이식
선거구제도 막부 유산…지역구 25% 대를 이어 세습
韓 추월 공포…자국 부정적인 면 감추기 혐한 사용

최근 일본의 경제도발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극우 혐한세력이다. 이들은 왜 유독 한국을 혐오할까. 극우 혐한세력은 일본이 한국에 비해 비민주적이고, 과거 한국의 문화 혜택을 많이 받았고, 앞으로 한국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넘어설 것이라는 세계인들의 시각을 잘 알고 있는 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부정적인 면을 감추기 위해 한국을 대상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겉으로는 혐한을 통해 과거 식민지배 시절의 우월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 중 유일하게 한국만 일본을 위협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 때문에 혐한으로 뭉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관광지 중 하나인 닛코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묘에 가면 인상적인 세 마리의 원숭이 상이 있다. 각각 눈, 귀, 입을 막고 있는 세 마리의 원숭이 상인데, 사악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논어에 나오는 내용을 원숭이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것으로, 과거 막부 초기 군사독재 체제를 만든 도쿠가와의 가묘에 새겨져 있다는 점에서 일본화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일본화된 의미란 권력에 순응하는 비민주성을 말한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지만, 스스로 쟁취한 게 아니고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미국이 점령하면서 남겨준 것에 불과하다.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한 번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었던 이유는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선거구만 해도 과거 막부 시대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선거제도는 있지만 과거 막부 시절 유력자들이 자신의 통치지역에서 행사하던 영향력을 그대로 행사한다. 지역 통치자들이 대를 이어가며 영향력을 행사했듯 유력인사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가며 선거구를 물려받고 있는 것이다. 핏줄로 물려받는 선거구가 전체의 4분의 1 이상일 정도다. 사실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전제국가에 머물고 있고,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비교되며 회자되고 있다.

일본 국민이 최근 아베 정권의 독주에 저항하지 않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권력에 순응하던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과 이를 저항 없이 따르며 오히려 잘했다고 지지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이 같은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논리적으로 보면 수출하던 물건을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국가 차원에서는 손해인데, 오히려 일본의 이익을 논하면서 혐한을 하니 이해할 수 없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혐한세력은 한국의 발전을 묵인하는 게 오히려 일본에는 손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실 권력자에게 순응하는 일본인들의 습성은 일본이 경제를 효율적으로 발전시킨 원인이기도 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없이 살림을 늘리고 국부를 쌓을 수 있었다. 서유럽의 일부 정치인들은 과거 소련의 스탈린 시대 때 독재적인 계획경제정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 것을 부러워하며 “소련의 효율성야말로 독재에서 나온다. 우리도 소련처럼 독재를 제도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유럽이 러시아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러시아를 넘어섰듯, 독재의 한계는 분명하다. 일본도 그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는 수십 년 째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했고, 돈을 무한정 찍어내는 아베노믹스로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혐한세력은 또 세계인들이 한일과 관련된 과거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세계인들은 17세기 유럽인들이 값비싼 중국산의 대체품으로서 일본에서 수입한 화려한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제는 안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당시 끌고 간 도공들로부터 일본 도자기가 탄생했다는 점을 알게 된 그들은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칭한다. 한국 문화가 일본에 끼친 영항과 진실을 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앞으로도 고대부터 한국이 일본에 준 수많은 문화적 혜택 사례들을 찾아낼 것이다.

이는 모든 정보와 자료가 오픈되고 교류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 과거에는 모든 정보와 자료가 일본 위주로 생성되고 공유됐다. 세계인들이 한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때 경제를 발판으로 주목을 받은 일본은 자국에 유리한 정보와 자료만을 취사선택해 공개했고, 모두 이것만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세계인들에게 일본 못지않은 경제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고, 따라서 한국에 관한 진정한 정보와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과거 잘못된 것들이 수정되고 있다. 독도와 동해만 해도 과거에는 일본이 주장하는 다케시마와 일본해가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왜 한국이 독도와 동해를 주장하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타당한지를 알아가고 있다.

문화나 민주주의뿐 아니라 조만간 경제적으로도 한국이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는 세계적인 경제전문 기관들의 분석도 일본인들의 우월감을 불안감으로 바꾸고 있다. 올 초에 발표된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는 한국이 1위를 차지한 반면, 일본은 9위에 그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발표한 2019글로벌 혁신지수에서도 한국은 11위로, 15위인 일본을 앞선다.

결국 일본의 경제 도발과 극우세력의 혐한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곽영완 국제·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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