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상환부담 경감할 수 있어…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등 점검해야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는 변동금리에서 저금리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추석 연휴 직후인 9월16일부터 2주간 은행창구와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한 이 상품은 총 20조원의 규모로, 기존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1%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용 모기지다.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2015년에도 이미 한차례 공급된 바 있다. 당시에도 변동금리 상품의 비중이 높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안정적인 고정금리로 갈아타도록 유도해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높이고, 원리금 상환을 통해 가계부채의 규모를 줄이는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최근 시중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기존의 안심전환대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15년 2.53~2.65%의 금리 수준에 비해 이번에는 1.85~2.20% 정도로 낮게 출시되었다.

새롭게 발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1금융은 물론 2금융권 대출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이전의 안심전환대출과 차별화된다. 또한 ‘서민형’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어 있다는데서 알 수 있듯이 대환대출 자격에 일정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대환 자격조건은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 중에서 부부합산소득이 8500만원을 넘지 않는 1주택자에 한한다. 다만 신혼부부이거나 2자녀 이상 가구는 1억원의 소득 한도가 적용된다. 대출은 기존대출 범위 내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하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와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최대 1.2%) 만큼은 증액이 가능하다.

이번에 공급하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먼저, 앞서 언급했듯이 ‘서민형’을 강조함으로써 혜택이 서민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졌다. 총 신청액이 20조원을 초과할 경우에도 국민은행 시세나 공시지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낮은 신청자부터 먼저 공급하기로 해 서민과 실수요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불안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타게 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거치 기간이 없이 대환 첫 달부터 대출 원리금을 균등분할 상환하게 함으로써 가계대출 총액을 점차 줄여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평균적으로 1% 후반 대 금리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최저 1.2%까지 금리가 내려갈 수 있어 2015년과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금리 하락 추세를 감안한다면, 그리고 이 상품이 고정금리라는 점에서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금융채 금리가 작년 1월 2.56%에서 올 8월 말에는 1.36%로 떨어졌으며, 금년에만 0.7% 포인트 떨어지는 등 금리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외 여건 변화가 우리 경제 성장이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추가적인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비췄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R의 공포(경기 침체)’가 닥친다면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연 1% 후반에서 2%대 초반의 고정금리로 공급하고 있어 서민 실수요자가 원리금 상환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길만하다. 단, 신청하기 전에 대규모 경기침체의 여파로 급격한 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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