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시 오뚜기 주주들에게 합병비율 불리해 질 수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오뚜기의 주주들이 울상이다. 뚝 떨어진 주가 때문이다. 연초 대비 오뚜기 주가 수익률은 마이너스 35%에 달한다. 2016년 140만원 고점으로 따지면  3분의 1토막이다. 각종 온라인 증권게시판에 오뚜기와 함영준 회장에 대한 불만이 넘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가로 경영능력을 말하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함 회장에게 낙제점을 준 셈이다. 오뚜기 주가는 떨어지고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은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향후 양사의 합병시 오뚜기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뚜기 증권게시판 캡쳐

오뚜기 주가는 4일 전일대비 6000원(1.05%) 오른 57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말 55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일부 낙폭을 만회했지만 여전히 연초 80만원 대비 손실이 큰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원성이 크다.

실적부진이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뚜기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670억원, 379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전망치인 448억원을 크케 하회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

지난달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기 실적보다 아쉬운 점은 2017년 이후 당시 관계기업이었던 7개 법인들을 연결 편입하는 과정에서 분기 실적이 왜곡됐다는 것"이라며 "기업 가치를 면밀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뚜기는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풍림피앤피, 오뚜기제유 등 함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들이 최대 100%에 달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사회적 비판이거세지면서 이들 회사들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흡수합병된 사업 부분의 실적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굳이 일감을 외부에 넘길 필요가 없는 사업을 오너일가 회사에 주면서 오뚜기 자체 실적이 영향 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 회사 중에선 함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오뚜기라면의 정리방식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가장 뜨겁다. 비판여론에도 아직까지 함 회장이 오뚜기라면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 방식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에선 지분매각, 오뚜기합병, 지주사 체제 전환설 등이 나돌고 있다.

만약 오뚜기-오뚜기라면 합병이 결정될 경우 오뚜기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수도 있다. 오뚜기 주가가 2016년 대비 뚝 떨어진 상황에서 당시 대비 기업가치가 증가한 오뚜기라면과의 합병비율 산정에서 과거보다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 때문이다. 오뚜기 일감으로 키운 회사에 오히려 오뚜기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는 합병비율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병이 결정될 경우 실제 합병조건과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합병비율 결정시 상대기업보다 주가가 높은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함 회장이 지분을 전량 외부에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처럼 계열사에서 일감을 몰아줘 회사를 성장시키고 그 회사 지분을 팔아 자신의 그룹 지배력 확대에 사용했다는 비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라면 정리에 대한 함 회장 측의 결론이 길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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