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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언론자유가 ‘진리의 존재’를 결정하도록 하라
‘조국 파동’ 언론 보도 준칙 거의 지켜지지 않아
속보·단독경쟁 보다 팩트 체크 더욱 중시해야
2019년 09월 09일 (월) 09:26:10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지난 한 달 대한민국은 크게 요동쳤다. ‘조국 파동’이 온 나라를 뒤흔든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정치공방-언론보도-검찰수사 등이 일본의 경제침략-한 미갈등-미 중 패권전쟁 등 거대 이슈를 잠재웠다. 

‘조국 파동’을 지켜본 국민은 누구나 참담한 심정이었을 터. 나라가 어쩌다 이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나간 것인가.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과 농락, 그리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국민들이 똘똘 뭉쳐 국력을 결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론이 사분오열(四分五裂)됐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금 이를 지켜보며 웃을 자 누구인가.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라는 ‘반구저기(反求諸己)’를 상기할 뿐이다. 언론인으로서 요즘처럼 부끄러운 적이 없다. ‘조국 파동’에서 보여준 언론의 보도행태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거부했다.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의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게 언론인가. 참으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은 “언론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증진을 목표로 삼는다”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이 준칙에서 기자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조항은 ‘제2장 인격권’이다. 먼저 “언론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취재 과정에서 인격권 침해와 개인 정보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등의 구체적 준칙을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국 파동’에 대한 언론 보도에선 이런 준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문화(死文化)됐다. 지난 5년간 대학입시를 지도했던 서울 인문계 고등학교의 한 현직교사는 ‘오마이뉴스’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이렇게 통탄했다. “생활기록부를 입수하여 공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정치인들만큼이나 한심하고, 나를 분노케 하는 것은 이런 범죄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비판 없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쓰고 있는 언론이다. 공개하는 자유한국당 정치인들도, 이를 받아서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인들도 생활기록부 무단 유출과 공개가 교육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형사법적으로 얼마나 큰 범죄인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어 보인다.” 기자들이 초중등교육법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와 관련된 보도뿐만이 아니다. 의학논문, 영어성적, 인턴십과 봉사활동, 표창장 등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다. ‘팩트체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속보-단독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일단 쓰고 보자’는 게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정치인이 검찰이 부르는 대로 받아써서는 안 된다. 그 내용에 대해 반드시 팩트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 뒤 기사를 써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1조 1항의 언론 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나아가서 “언론 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고 판시했다. 언론자유가 ‘진리의 존재’를 결정한다는 판결이다. 위대한 판결이다. 

하지만 ‘조국 파동’ 보도를 계기로 더 이상 언론자유가 ‘진리의 존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자유는 ‘거짓의 존재’를 결정하고 있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로봇저널리즘’에서도 이런 가짜뉴스는 없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흠흠신서(欽欽新書)’의 ‘전발무사(剪跋蕪詞)’ 편 첫 글에서 중국 후한의 성길(盛吉)이 옥사(獄事)를 심리할 때 초의 심지를 여러 번 자르고 눈물을 흘리며 신중히 심리했다는 고사를 인용했다. 다산은 왜 ‘초의 심지를 여러 번 자른다’는 뜻의 ‘전발(剪跋)’이란 단어를 표제어로 사용했을까. 옥사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심리로 판결해선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옥사를 다룰 때는 그 어느 공무보다 초의 심지를 여러 번 자르듯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전발’을 강조한 것이다.  

‘전발’은 검사나 판사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언론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하는 말이다. 과연 기자들은 초의 심지를 여러 번 자르고 눈물을 흘리는 자세로 신중하게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가. 언론자유가 ‘진리의 존재’를 결정하도록 하라!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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