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저축은행 기업대출 잔액 34조원 돌파
기업대출 증가율 11%대…가계대출 앞질러
가계빚 억제·정책 지원에 중기대출 더 늘듯

▲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이 11%대를 기록하며 가계대출 증가율을 넘어섰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저축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은 1년 새 3조5000억원 가량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율을 훌쩍 넘어섰고,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은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저축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자영업자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자산 성장의 축이 가계에서 중소기업대출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4조1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말(30조6628억원)보다 11.22%(3조4409억원) 늘어난 규모다. 

구체적으로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지난해 3월 말 29조4480억원에서 올 3월 말 32조7770억원으로 11.30%(3조3290억원) 늘었고, 개인사업자대출은 11조4634억원에서 13조6198억원으로 18.81%(2조1564억원)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3조9349억원으로 전년동기(21조8685억원) 대비 9.45%(2조664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증가 속도가 1년 새 가계대출을 2%포인트 가량 앞지른 것이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여신감독 강화로 대출 수요가 몰렸던 저축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하는 등 사실상 총량 규제를 돌입하면서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7년 사상 처음으로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제출받았고, 15개 대형저축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고위험(금리 연 20% 이상)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높은 금리로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기도 힘들어졌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던 고위험 가계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조치를 올 6월 말로 앞당겼고, 추가 충당금 적립률도 20%에서 5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 가계대출을 실행하기 어렵게 되자 저축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이자수익을 가져다준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대체할 수익원으로 우량 중소기업대출이 부각된 것이다.

정부는 금융권의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실태평가 기준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이 신설됐고, 여타 업권에 비해 과도했던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부담도 크게 낮아진 상태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50조582억원으로 1년 전(113조9008억원)에 비해 36조1574억원(31.7%) 늘었다. 

업체별로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34조229억원으로 전월대비 4116억원(1.2%) 늘었고, 상호금융은 66조5240억원으로 6806억원(1.1%) 증가했다. 신용협동조합(24조2805억원)과 새마을금고(185922억원)도 각각 6663억원(2.8%), 1조2273억원(7.1%)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의지를 고려하면 중소기업대출 성장률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 완화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