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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한국판 신반동주의’를 경계한다
체제나 이념보다 생존 중시…‘위안부’ 등 잇단 망언
일제강점기‧유신독재정권 미화…역사 퇴보 막아야
2019년 09월 23일 (월) 16:38:21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요즘 유럽과 미국에선 ‘신반동주의(新反動主義·Neo-Reactionism)’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언론인 앤드류 셜리반(Andrew Sullivan)은 지난 2017년 4월 인텔리젠서(Intelligencer)라는 잡지에 기고한 ‘반동적 유혹(The Reactionary Temptation)’이란 글에서 세계의 ‘신반동주의 경향’을 이렇게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한 선거캠페인으로 승리했으며, 현재 미국의 주류 정치와 크게 동떨어진 정치철학의 신봉자들과 함께 행정부를 총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공산주의 이후의 자본주의에서 정교회의 축복과 민족주의로 힘을 얻은 새롭고 인기 있는 차르체제(czardom)로 나라를 이끌어갔다. 자유무역 이념을 탄생시킨 영국은 국가의 정체성과 주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자유 시장에서 물러났다. 프랑스에서는 재건된 네오 파시스트인 마린 르펜(Marine Le Pen)이 대통령선거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한 바 있다. 네덜란드에선 반이민권자가 두 번째로 인기 있는 투표권자가 됐다. 이는 한때 유명한 자유주의 국가에서 반자유주의에 대한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한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2016년 두 차례의 선거에서 신반동주의 대통령 당선을 간신히 피했다. 일본은 제국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과거를 되살리려는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신반동주의’는 영국의 철학자 닉 랜드(Nick Land)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블로거인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에 의해 주창된 인터넷 기반의 반민주적인 이념이자 정치사회운동이다. 민주주의가 책임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자치통치의 포용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있다. 불평등과 계층, 그리고 인종주의를 인정한다. 때문에 ‘신파시즘’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신반동주의’는 18세기 프랑스의 반동주의와는 다르다. 원래 반동주의는 진보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구체제로 돌아가려는 정치이념이었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실패 이후 1815년 성립된 ‘빈 체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신반동주의’는 현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한다. 체제나 이념보다 생존을 중요시한다. 독재나 군주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반동주의’는 그래서 18세기 독일의 계몽군주였던 프리드리히 2세(Friedrich II)의 리더십을 선호한다. ‘신반동주의’의 이상적인 통치형태는 CEO군주정이다. 그들의 유토피아는 헤지 펀드를 통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경유해서 자금을 빼돌리는 실리콘 밸리와 월 스트리트다. 서구의 정치철학자들이 ‘신반동주의’를 ‘어두운 계몽(Dark Enlightenment)’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신반동주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야빈과 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그와 함께 공화당의 일부 ‘신반동주의’ 신봉자들이 이민반대 등 ‘백인 민족주의’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백인 노동자 계급을 끌어들이는 대선 전략을 세워 트럼프 대통령후보를 당선시켰다고 한다. 일본의 아베신조 총리가 한국에 대해 경제침략을 감행하며 ‘신정한론(新征韓論)’의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일본식 ‘신반동주의’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신반동주의’ 경향이 불거지고 있어 말문이 막힌다. 조선왕조로 복귀해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반동주의는 아니나, 일제강점기 유신독재정권을 그리워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신반동주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이영훈 전 서울대교수와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위안부 망언’이 바로 일제강점기와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신반동주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에서 “가장 심각한 오해는 위안부들이 관헌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다는 겁니다…일본군에게 노예사냥을 당하듯이 끌려갔다는 증언은 대부분 조작된 것이라고 해도 좋습니다”며 일제 식민지배 기간 동안 강제동원이나 식량수탈, 위안부 성노예같은 반인권적 만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이런 ‘반일 종족주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지금도 매춘산업이 있다. 옛날(일제강점기)에도 그랬다”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에 빗댔다. 그는 “위안부는 일본 민간이 주도하고 일본 정부가 방치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로 비유한 것이다. 

류 교수는 뉴라이트공동연합 공동대표,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 박정희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국내 대표적 보수우파로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미화한데도 모자라 일제의 식민지 통치를 미화하고 나섰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국판 신반동주의’가 대한민국을 암흑세계로 이끌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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