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등 비용 일부부담 이해 구해야
자동차업계 등 이해 당사자 저항 설득도 필요

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제1차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5개 전문위원회 130여명의 전문가와 500여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5개월간 논의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나온 이 제안들은 오는 11월부터 내용의 대부분이 채택되어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단기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발표되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는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을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정하고 지속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여 나가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짙어지는 시기에는 차량 2부제와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고 석탄발전소 가동을 최대 1/3까지 운행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80%로 낮춰 운영한다고 밝히는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대책들이 담겨져 있다. 또한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 부문을 대상으로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이 자발적인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특징 중 하나는 미세먼지 저감 비용을 국민에게도 일부 부담하게 한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은 LNG 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석탄과 LNG 발전의 연료비 차이는 약 23원/Kwh 정도이다. 이를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평균 약 1200원, 4개원 간 5000원 가량 된다. 이를 국고에서 보전하지 않고 4개월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구입하게 되는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등의 비용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번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정책참여단은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서라면 2000원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논의 단계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것처럼 보였던 전기요금 인상이 막상 현실화되었을 때 소비자 저항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명분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없겠지만, 실행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측에서는 강하게 저항하거나 사회적인 압력을 통해 대책의 무력화 혹은 왜곡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중장기 대책의 경우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각종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2030 미세먼지 감축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대책은 ▲환경문제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비전 마련 ▲미세먼지-기후변화 연계 협약 구축 및 국가 싱크탱크 설치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 국가전원믹스 개선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 로드맵’은 우리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강력한 저항과 압력이 예상된다. 이미 국내자동차 관련 6개 단체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검토와 경유차 수요 억제 정책에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석탄 등 화석연료로 생성되는 전기 에너지로 굴러가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자동차업체들을 도와주는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저항하는 개인 혹은 단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위에서 언급한 자동차 관련 단체들과 같이 이해충돌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국민정책제안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 등 지구 환경변화 극복한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이다. 시작부터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